한국일보

시론 - 가정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05-09 (월)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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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께나 쓴다는 동서고금의 시인들은 모두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계절인 것 같다.

시인 피천득님은 그의 ‘오월’이라는 시에서 ‘상략...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하략...라고 읊고 있다.

동심의 세계에서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스승님에게도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가네...”라고 은혜에 감사하는 이 같은 노래를 5월이 되면 한국에서 초등학교때부터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례 불렀던 기억이 날 것이다.


오월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등 감사의 달로 정해져 있고, 그래서 창조주는 일찍이 이 아름다운 자연의 신록과 더불어 우리에게 행복한 가정도 허락하였던 것같다.

그러나 요즈음 나라 안밖에서 흘러나오는 매스컴 보도를 보면 가정과 가족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

프랑스 고전사회학자 에밀 두류켕은 가족 해체의 원인을 자살율, 이혼율, 정신병 발병율, 범죄율 비행율 등을 들면서 이러한 현상은 사회 통합의 저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의 청소년과 고령자의 자살율은 OECD의 국가 중 단연 1위이며, 이혼율도 OECD국가 중 9위에 아시아 1위이다.
구체적인 범죄로는 계모에 의한 아동 살해와 학대, 친부의 자녀살해와 성폭력, 모바일 게임에 미친 아버지의 유아 살해, 장애인 보호소의 성적 학대와 동료 살해, 존속살해 등은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행위들이다.

사회학자 구드(Goode, W.J., 1964)는 가족해체란 “가족 중의 누군가 자기의 역할의무를 다하지 못 할 때 생기는 가족 단위의 파탄, 즉,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구조체의 붕괴”라고 정의하였고, 가족해체의 원인으로서 가치관의 혼란, 가족구조의 축소와 분화, 가족의 사회적 기능의 약화,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변화 등을 주장하였다.

또한 가족해체의 기능적인 면에서는 가정 폭력, 가족간의 대화 단절, 가족결속의 와해, 경제적 부양의 소홀로 분류하는 역기능적 가정을 들고 있다. 이처럼 가정이 붕괴되면 사회와 국가의 붕괴로 이어져 국가의 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해체에 대한 국가적 대책으로는 가족 가치관의 재정립과 가족기능의 강화, 가족복지법의 정비, 이혼예방 대책, 가정폭력 예방, 경제적 위기 등에 대한 극복 등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더우기 성의 통제, 재생산, 사회화, 애정, 지위규정, 노약자 보호, 그리고 경제적 기능 등 가정의 사회적 기능의 회복이 급선무이다.
가정은 사회와 국가의 최소 단위이며 일차적 사회이다.

자녀들은 부모들의 뒷통수를 보고 자란다고 한다. 동양고전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제부터라도 이 명언을 실천하도록 노력해 보려고 한다. 이 길만이 가정이 살고 나라가 살 것이 아닌가!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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