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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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 부활절에 띄우는 편지

2022-04-15 (금) 김영란/두리하나 USA뉴욕대표·탈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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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어느새 온-대지에는 짙은 녹색의 푸르름이 물결치고 멀리서, 가까이서 아름다운 꽃들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우리들의 가슴 하나 가득 안겨오는구나.

어디 그뿐인가, 온-겨우내 다 얼어 죽었던 것 같은 거뭇거뭇 앙상하게 뻗어있던 나무들에서도 파릇파릇 잎들이 피어나며 꽃들이 잎사귀 사이에서 배시시 얼굴을 내밀고 미소지으며 색색으로 피어나고 있구나. 이 모든 봄의 향연들은 조물주의 오묘한 솜씨로 이루어짐을 감사하며 찬양하자.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그동안 그대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는지 그대들이 내색을 안해도 나는 다 알고 있지, 모든 직장들이 어려워 그대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인 것 때문에도 많이 힘이 들었겠지만 모든 식품점에 물가는 왜 그렇게도 껑충 뛰게 올랐는지, 이루 말할 수 없으리 만큼 힘이 든 때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대들을 많이 사랑하고 칭찬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해도 한숨 쉬거나 좌절하지 않고 주일이면 어김없이 교회도 열심히 출석하고 일도 공부도 다른 이들보다 더 시간을 쪼개어 우수한 성적을 낸다고 하니 그렇게 알뜰하게 사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데 왜 그렇게 뜨거운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지….


사랑하는 자녀들아! 그동안 지나온 날들을 생각해 보면 그대들이 이곳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 때 아무리 합법적으로 모든 것이 다 손에 쥐어졌다 해도 너무도 낯설고 모든 것이 적응이 안되어 그대들도 나도 우리 몇몇 기도팀들도 저녁마다 모여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엉엉 울면서 매달렸었지.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대들과 내가 만나서 울며 웃으며 지나온 세월이 이십 여 년이 다 되어가고 세월이 물 흐르듯 하다 보니 어느새 먼저 구출된 형제, 자매들은 가정도 이루었고, 그렇게 어려운 공부도 해내어 좋은 직장도 가졌고, 먼저 구출된 자녀들이 모두 시간을 알뜰하게 쓰다 보니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하나, 둘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있지.

나중에 구출된 자녀들은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사는 형과 누나들을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을 보니 선교의 손길을 펴신 분들이나 나는 그대들 때문에 매일매일이 기쁨이 차고 넘치는구나.

사랑하는 자녀들아! 그동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이 얼룩이 졌고 이로 인하여 그대들은 모두 고향을 등지고 울며불며 가족들과 헤어져 이곳까지 오게 되었지만 이 모든 일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크신 사랑의 손길인 줄 알고 감사 찬송이 그대들의 삶에서 끊이지 말아야 될 것을 느끼고 있는가!

이곳에 구출되어 왔기에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도 값 없이 거저 주신 부활의 주님이 계시기에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그대들의 삶에도 나의 삶에도 기도와 찬양으로 감사하며 사는 나날이 되기를….
그대들과 내가 잊지 말고 꼭 기도해야 하는 제목은 북한 고향에서 울부짖는 가족들과 고난과 죽음에 처해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하여서도 주님께 간절히 기도 드리자.
사랑하는 자녀들아! 요즈음 또 가장 기쁜 소식은 그대들이 섬기는 각자 교회에서 우리 주님의 부활하신 축하 찬양제가 열리는데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성가대에 뽑혀서 예수님의 부활을 마음껏 소리쳐 찬양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감격의 눈물로 주님께 감사드리며 나도 마음껏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하면서….
(찬송가 65장)

“부활의 주님 나타나시사 두려움과 의심 물리치셨네 / 주의 교회 기뻐 찬송하여라 다시 사신 주님 죽음 이겼네 / 주님께 영광 다시 사신 주 사망 권세 모두 이기시었네”

<김영란/두리하나 USA뉴욕대표·탈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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