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인종차별 정책은 격리를 뜻하는 현지 아프리칸어이다. 남아공의 악명 높았던 인종차별 정책은 백인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됐다고 한다.
이처럼 타인종에 대한 탄압정책은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 전까지 무려 46년간이나 지속되었다. 만델라는 다양한 저항을 전개했고, 그가 20여년간 긴 감옥생활을 하고 나서야 인종차별 정책이 모두 폐지되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지도 벌써 한 세대가 지났다. 그러면 이제 남아공은 다양한 인종이 더불어 살아가는 국가가 되었을까. 인종간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고, 현재 최악의 폭동과 약탈 사태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그럼 인종화합의 선도국인 미국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는 계속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혹자는 이런 현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팬데믹 초기에 쏟아낸 우한바이러스 발언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분석만으로 문제 해결이 될까? ‘아시안 혐오를 멈춰라’는 구호만으로는 사태가 진정되기 어렵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뭉치기 어려운데 가장 큰 문제는 ‘자가 고립’이다. 즉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외출시에는 자신이 아시안임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에 선글라스를 끼는 사람까지 있다. 또 반중 정서가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자신을 코리안처럼 보이면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 아닐까. 무지한 상대가 나를 중국계 아시안과 닮았다고 생각하면 나는 중국인이 되기 때문이다.
뉴욕내 아시안 대상 강력 범죄가 올 들어 71% 급증했다는 통계다. 최근 뉴욕은 지하철을 타는 동양인이 많지 않거나, 타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라고 한다.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동양인으로만 보이면 불특정 대상들을 향해 벌어진다는 점이다.
얼마전 용커스에서 귀가하던 60대 한인 여성이 한 남성에게 안면에 130회 이상 무차별적 구타를 당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또 피자가게 앞에서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한인여성 사건도 있다.
이제 동양인 밀집지역 플러싱이나 베이사이드 등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도 동양인 혐오자들에게 맞거나 심지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더 방치해서 되겠는가. 무서워서 외부출입을 꺼리는 뉴욕시 아시안 노인들이 4명중 3명이라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TV에서 아시안을 노린 증오범죄가 중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소속 하원의원들은 아시안 증오 범죄를 규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말만으로 무슨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 차라리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코리안 자율방범대를 지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K-cop 자율방범대 조직이 결성돼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뉴욕해병대전우회 등 재향군인 단체 회원들이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K-cop 자율방범대의 순찰 활동은 뉴욕시 경찰들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증오 범죄를 규탄하되, 방범 활동에 커뮤니티가 관심을 갖고 참여시키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20여년 전 LA폭동 당시 한인들이 자체 무장을 통해 커뮤니티를 잘 방어한 ‘루프탑 코리안(Rooftop Korean)’으로 미 주류 미디어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최근 ‘루프 코리안’을 그리워하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한인들이 스스로 제2의 루프 코리안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아시안 혐오 범죄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우리에겐 지금 루프 코리안의 정신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중국계와 다른 우리만의 대응책을 통해 ‘코리안은 다르다’는 차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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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