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둥글둥글 삽시다

2022-04-05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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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하게, 모지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둥글둥글 산다는 말로 표현한다. 까다로운 사람이 있다. 똑똑한 것 같지만 불편한 사람이다. 엄격한 사람이 있다. 매우 규칙적이고 정확한 것 같지만 틀에 박힌 사람이다. 세밀한 사람이 있다. 자세한 것 같지만 답답한 사람이다. 사나운 사람이 있다. 그들은 남에게 부담을 준다.

둥글둥글 살기 위해서는 잘 참아야 하고 지긋이 기다릴 줄을 알아야 한다. 신속 즉결로는 실수할 때가 많다. 누구나 가끔 화가 나는데 화나면 일분쯤 심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혈압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 통제를 잘 해야 한다.

대화할 때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둥글둥글 사는 요령이다. 이 점은 미국인에게 배워야 한다. 그들은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잘 듣는다. 남이 말할 때 자기의 말을 구상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지 않고 얼마 동안 여자고등학교 교사를 하였다. 아이들끼리 노는 것을 관찰하면 그 학생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성적은 물론 알고 가정 방문도 하므로 가정 환경도 잘 안다.

나는 그 때 이미 결혼하고 있었음을 후회하였다. 학생 중에서 이상적인 신부감을 한 명 골라 결혼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실제로 동료 교사 중 두 노총각이 제자와 결혼하였다. 현명한 친구들이라고 생각된다.

성인이 되어 성격이나 습관을 고치기는 참으로 힘들다. 상당한 수양을 쌓아야 한다. 신앙으로 극복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신의 명령으로 알고 고치는 것이다. 알콜 중독자가 되어 죽은 사람을 아는데 신앙으로 인도해 보려고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도박도 중독이 된다. 도박에 빠져 인생을 비참하게 마치는 사람도 보았다. 이성 교제도 거의 중독 증세에 있는 사람도 보았다. 소위 바람잡이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인생을 둥글둥글하게 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신앙은 단순히 천국에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둥글둥글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다. 마음과 행동에 신의 감시를 받는다는 생각은 나를 바르게 살게 한다.

둥글둥글 하게 살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첫째 요건이 이해이다. 오해가 미움을 낳고 미움이 싸움을 낳는다. 반면 이해는 사랑을 낳고 사랑은 평화를 낳는다. 이해의 사이클을 밟는 것이 둥글둥글 사는 것이다. 오해의 사이클을 밟으면 불행을 낳는다.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 못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오해하려면 누구나 오해할 수 있다. 사랑이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이해의 수레를 밟기 시작하면 사랑에 이를 수 있다.

내가 눈물을 흘리며 읽은 책이 있다. 책방에서 파는 책이 아니라 누가 손으로 써서 복사한 책이다. 그것은 한국전쟁 당시 거제리 포로 수용소에서 생긴 일이다. 북한군 포로 한 사람이 자기도 고생 스런 포로 생활인데 그 속에서 다른 포로들을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포로 석방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수용소에서 죽는다. 그가 예수 믿는 사람인 것을 알고 그의 사랑을 받은 수 많은 공산군 포로들이 신앙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나의 인상은 목사로서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접근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한다. 무섭게 생겼다고도 말한다. 인자하고 부드럽지 못한 것 같다.

평생 목사를 하면서도 목사로서 좋은 인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를 너그럽게 보아준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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