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천행

2022-04-04 (월) 천병수/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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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청춘에 이민 와
반평생 객지 생활
뿌리 깊게 박힌 고목나무

가끔은 꽃 피어 향기 짚은
고향 가는 꿈을 꾸는
소박한 이민자

어느 보름날
훤한 달 바라보다
울컥 휘감기는 그리움으로
가슴 새겨지는 시커먼 문신


호숫가에 기러기도 때 되면
고향 찾아 나서는데
나는 아직도 꿈 잃은 미아

이른 오후면
내 집 지붕 위로 날아가는
태극 마크
흰 꼬리만 남기고 가버린다

나는 언제나
저 비행기 타보려나

코로나로 고향 잃은 지
천 일이 되어간다

<천병수/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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