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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종 목사 ‘무너진 울타리 다시세우다’책을 읽고

2022-03-31 (목) 박상일 목사(알바니 미 연합감리교회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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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뜻 못 내놓은 아픈 우리 이웃 이야기”

유석종 목사 ‘무너진 울타리 다시세우다’책을 읽고
분단과 전쟁 및 이로인한 이산의 고통은 어느 특정 가족을 떠나 지난 수 십년간 우리 한민족 모든 이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다. 앞으로 과연 치유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이다.그러기에 우리는 어느 누구의 혈육상봉 및 그들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에 내 일처럼 감격해 한다. 38선 가까이 문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가족이야기를 나누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의 발발과 함께 자신의 집이 남북 양쪽 군인들의 주둔지로 번갈아 사용되면서 실제 목격한전쟁의 참상,반공주의 목회자이신 선친이 트럭에 실려 납북되는 장면,해방후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연극활동을 하다가 입북한 매부가 전쟁중 인민군 복장으로서울에 나타난 이야기를 소개한다. 또 저자는 남편을 따라 북한으로 가서 기자와 작가로 성공하신 누님 이야기 및 인민군대하에서당지도원 활동중입북한 또 다른 누님을 언급하며 이를 “아버지는 공산당에 납치되어 옥살이를 하고 있는데,딸은 공산주의를 선전하는…어이없는 일이었다” (41)고 술회한다.저자는 계속해서 전쟁후 목회자로 일하시던 모친께서 세상을 떠나며 생계가 곤란해진 가족들이막내 동생을 미국에 입양아로,여동생 중 하나는 독일 간호원으로 가면서 다시 이산의 아픔을 이야기를 하고있다. 이는 단순히 저자 한가족 이야기가 아니다.이는 그간 같은 아픔을 겪고도 가슴에만 뭍어두고 선뜻 밖으로 내놓지 못한 수 많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이는 한반도를 넘어서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전체가 민족의 화해와 미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이야기”로 나누고 꼭 들어야만 하는 한민족의 이야기이다.저자는 그 이후 입양아로 먼저 온 동생 가족의 초청으로 미국 시애틀에 이주 정착한 형제들 이야기,또 미국에 와서 사는 이유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어서수십년간 떨어져 있던 북한 누이들 가족과의 상봉 및 그들이 북한에서 일군성공적 삶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나눈다.

평생을 감리교 목회자로 살아온 저자는 이책의 후반부에 그 간의 목회여정의 여러가지 정보을 제공하며 돌아본다.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가 개교회,출판사 문서선교, 대학강단.교단의 지도자,한인이민교회의 역사가,또 미국내 한인교회들은 물론 한인 이민자로 영어회중을 섬기며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역에 힘을 썼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동역자요 배우자인 위연실 목사와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에 덧붙여,몇 년전 치매로 세상을 떠난아내에 대한 그간의 돌봄의 목회담(?)을 “두 살배기 아기가 된 아내”라는 주제로 적고있다. 독자들은 이 부분을 통해 저자의 아름다운 인간미는 물론이고,목회자를 떠나 한 남편이 아내를 향해 보일 수 있는 감동적인 헌신의 전형을 제시하면서,읽는 이들에게 새로운 지혜와 도전을 갖게 해 준다.

<박상일 목사(알바니 미 연합감리교회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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