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바람

2022-03-29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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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살아왔다. 한국도 사라호 태풍을 위시한 여러 차례의 큰 바람으로 피해를 입었다. 조용한 바람으로는 산들 바람, 봄바람 등이 있다. 그러나 큰 바람의 종류는 많다. 토네이도, 허리케인, 태풍 등이 있는가 하면 회오리바람은 물체를 하늘로 안고 올라가 다른 나라에 떨어뜨린 예도 있다.

한국 속담에 ‘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이 간다’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정답게 붙어 다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친구 바람났다는데”하고 말하면 전혀 뜻이 달라진다.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이성 교제를 말하고 “그 사람 바람났다더군”하고 말하면 정당한 이성과의 관계가 아니라 외도를 가리킨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데로”라는 표현은 확고한 주관 없이 되는 대로 내맡긴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바람이 불어야 배가 뜨지”라는 말은 선행조건이 해결 되어야 목적이 달성된다는 뜻이다. `바람’ 한 마디를 갖고도 이렇게 많은 의미로 사용되니 외국인이 우리 말을 깊이 이해하려면 매우 힘들 것이다.


명종(明宗) 때 피리의 명수로 이억순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같은 세대에 영변 기생이며 가야금 명수인 초향이 살았다. 이 억순이 영변을 방문하여 거지 차림으로 초향이네 집 문턱에 누워있었다.

밤이 되자 바람을 타고 초향의 가야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억순이 그 가락에 맞추어 피리를 불었다. 초향은 봄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듣고 대번에 이 억순이 온 것을 알아 차렸다. 그 후 이 두 명인은 삼천리 방방곡곡을 다니며 가야금과 피리의 이중주를 선보여 금수강산에 아름다운 멜로디의 바람을 일으켰다.

성경에“회오리바람이 지나가면 악인은 없어져도 의인은 영원한 기초 같으니라”(잠언 10:25) 라는 말씀이 있다. 신의 심판을 회오리바람으로 비유한 것이다. 신의 심판은 악인에게는 회오리바람이 되고 착하게 산 사람에게는 오히려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드는 든든한 기초와 같아 강풍도 축복이 된다는 의미이다.

서양 속담에 “북풍이 바이킹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북유럽의 추운 환경에서 산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에 살던 사람들이 나쁜 환경을 극복하려고 따뜻한 곳을 찾아 내려오기 위하여 일찍부터 조선술, 항해술 등을 발달시켜 유럽 여러 나라들을 점령하였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필자는 인류의 급선무로서 ‘3R 운동’을 제창한다. 첫째 R는 Reduce 이다. 즉 줄이자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사들이고 너무 많이 버린다. 그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회이다. 쓰레기가 너무 많다.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특색이지만 결코 자랑은 못된다.

절제(切除)가 시급한 사회이다. 최근 한국도 쓰레기를 돈을 주고 필리핀에 버리려다가 거절 당하였다. 아프리카에 쓰레기를 버리던 선진국들이 모두 거절당하였다. 주안 앞바다에 죽은 고래가 표류하였는데 배를 가르고 보니 플라스틱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둘째 R는 Reuse이다. 다시 쓰자는 것이다. 작아진 옷은 작은 사람에게 주면 된다. 무엇이나 내게 맞지 않는 것은 버릴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된다. 나누어 쓰기를 습관화하여야 한다. 동생에게 나누어 주듯 이웃과도 나누어 쓰는 생활 습관을 키워야 한다.

셋째 R는 Recycle 이다. 재생에 힘을 써야 한다. 재생 사업을 하는 기관에 주지 않아도 조금만 생각하면 내가 쓰던 물건을 다른 목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는 길을 얼른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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