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지도자의 말

2022-03-14 (월)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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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6일자 뉴욕타임스 일요판 평론(Sunday Review)칼럼 ‘두 연예인, 한 영웅 (Two Performers, One Hero)’ 필자 모린 다우드(Maureen Dowd)는 가짜 쾌남아,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대비되는 진짜 쾌남아로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이렇게 칭송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이 철의 장막을 걷어 올렸다면 젤렌스키는 이 철의 장막이 다시 쾅하고 내려오지 못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44세의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는 2019년 그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국민) 여러분께서 사무실에 제 초상화를 걸지 않기를 바랍니다. 초상화 (절대) 사절입니다! 대통령은 그 어떤 상징 아이콘이나 아이돌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초상화가 아닙니다. (제 초상화 대신) 그 자리에 여러분 아이들 사진을 걸어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께서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먼저 애들 눈을 똑바로 바라봐 주십시오. ”

한 나라 나아가 세계의 지도자로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말은 인격이라 한다.
‘너나 아프고 청춘하세요! 우린 안녕하지 못하다고요!’가 지난 2013년 겨울 한국 대학에 나붙은 대자보의 푸념이었다면 그 해 (2013년) 미국인들이 가장 짜증을 많이 내는 단어로 ‘아무렇거나’(좋을대로)란 뜻인 ‘웟에버(whatever)’가 선정되었었다.


한국에선 80년대 대자보에 나타난 ‘반미-혁명-해방’ 같은 운동권 용어 대신 ‘안녕-불안-사회’ 같은 일상용어가 등장 했었다는데 미국에선 이 ‘웟에버’가 5년 연속 짜증나는 단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었다.

그럼 이 ‘웟에버’의 의미를 음미해보자. ‘웟에버’는 ‘마음대로 해’나 ‘좋을대로’ 등의 뜻으로도 쓰이지만 부정적 또는 긍정적 어느 쪽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부정쪽으로는 ‘아무렇거나 상관없다’, ‘내 관심 밖이다’, ‘내가 어쩔 수 없다’, ‘될 대로 되라’는 체념 상태에서 내뱉는 허탈감의 표시일 수 있다. 그 반대로 긍정적으로는 ‘아무래도 좋다’는 달관의 경지에서 발하는 소리일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해서 ‘계란이 있으면 오믈렛을’ ‘레몬이 있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라.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행복한 사람은 무엇을 얼마만큼 가진 사람이 아니고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선용하는 사람이라고 하나 보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말처럼 “우리 모두 시궁창에 빠져 있지만 어떤 사람은 별을 쳐다본다. “ 이 말을 이렇게 바꿔 의역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별들을 너무 좋아하기에 밤이 무섭지 않다. ‘

16세기 중엽 스페인의 이냐시오 데 로욜라 (1491-!556)가 신교에 대항해 가톨릭교의 발전을 위해 조직한 예수회의 수사 발타사르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1601-1658)의 격언집 ‘세속적인 비망록을 한 마디로 줄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색만으로는 안 된다. 생각뿐 아니라 행동해야 한다. 실질적인 실용성 없는 지식이 무슨 소용 있으랴. 참된 지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아는 것이다. ”

또 언젠가 다음과 같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에 크게 감탄하면서 그에게 더욱 친근감과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그 어떤 여인이 나와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한다면. 그 언제, 그 누가 그럴 경우, 나는 내 힘껏 그 여인이 행복하도록 나의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일에 실패하는 것보다 나를 더 비참하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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