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다

2022-03-10 (목)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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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권력욕과 횡포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부상을 당하고 그리고 죽어가는 것은 정말 부당(不當)한 일이다.

지난 2월 23일(2022)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아니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말했다. 미국 등 많은 나라의 원수(元首)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제발 이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했었다. 전쟁을 일으키느냐?, 혹은 안 일으키느냐? 하는 권한을 푸틴 혼자서 갖고 있었다. 그런데 푸틴은 러시아 군인들에게 침공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푸틴은 2000년 1월1일부터 지금까지, 러시아의 대통령으로서, 한때는 수상으로서, 지난 22년 동안 러시아를 통치해왔었다. 그는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고쳐놓았다.


미국 외교전문지 폴린폴리시(FP)는 “푸틴이 진심으로 고민하고 염두에 두는 것은 러시아 내 자기 자신의 이미지뿐”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자신의 이미지뿐이라고.” 러시아에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그의 지지율은 하락해 있었다. 그런데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리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을 때, 그의 지지율은 6%나 상승했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지만, 전쟁에서 이기면, 지도자의 인기는 금방 올라가기 마련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남쪽의 땅, 크림반도를 침공해서 합병했었다. 그때 러시아 국민들은 그가 ‘강력한 조국’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지지율이 60%에서 80% 이상으로 확 올라갔었다.

2024년에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 선거에서 푸틴은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서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2-3일 내로 우크라이나를 먹어버리면, 그의 인기가 다시 80%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원래 하나”라며,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은 ‘자기 지지율’을 올려놓기 위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번 침공으로 쉽게 무너지리라고 생각했었던 우크라이나는 기대한 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침공 12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수도 키이우를 함락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점점 더 강렬해져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는 러시아에 심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도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푸틴은 따뜻한 크렘링궁에서 지내고 있다. 그 대신 군인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추운 벌판에서 총을 쏘아야 하는가. 침공당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울부짖고 있다. 집들이 폭탄에 무너진다. 가족들은 헤어진다. 사람들은 부상을 당한다. 총에 맞아 죽는다. 마실 물도 없고 먹을 음식도 없다. 수백만 사람들은 옆 나라로 피신을 간다.

한 사람의 권력욕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런 처참한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당하다. 이런 부당한 삶에서 인간은 벗어나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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