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김옥란 여사 103세 때 간증을 보고

2022-03-09 (수) 임형빈/전 KCC 동포회관 발기추진위·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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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달여 전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회장이 보내온 김옥란 여사의 103세 때 인터뷰 간증 영상을 보고 큰 감명과 도전을 받은 바 있다.
당당한 모습으로 지난날의 삶의 스토리를 간증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1918년생으로서 주로 일본에서 성장하였고 최종 학교도 일본 도시여자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대동아전쟁 당시 군수공장에 파견 근무 중 인근 초가집에서 한국 악기 장구 치는 소리가 들려와 무심코 그 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징용으로 끌려온 남편을 따라온 한국 아주머니를 반갑게 만나 자주 친교를 맺어왔다.

일본이 패망하자 고국으로 돌아가려 하나 했으나 관부연락선까지 끊어져 낙심 가운데 있던 차 한국에 있는 일본 패잔병과 일본에 끌려왔던 한국 노무자들을 번갈아 실어 나르는 교환선이 있다는 소식을 한국 아주머니로부터 들었다. 요행히도 그들을 따라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다. 이것이 다 하나님이 역사해 주신 은혜라 믿고 늘 감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한국 와서 결혼도 하였고, 뜻밖에 6.25 사변이 터지고 인천상륙작전 후 3개월쯤 되었을 때 인민군들이 이북으로 철수하면서 미처 피난 못 갔던 남녀를 잡아 줄지어 끌고 가는 사태가 벌어졌고 본인 역시 남편을 숨겼다는 죄목으로 같이 끌려가는 처지가 됐다.

기도하던 중 하나님의 계시인 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솔하던 인민군에게 내 불쌍한 어린 자식에게 젖 한 모금 물려주고 꼭 올 것이니 좀 봐달라고 애걸하니 그도 딱하게 생각했던지 “빨리 다녀 와” 하고 놓아주는 틈을 타 도주하고 말았다.

그리고 저들도 꼭 살려주십사 하고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했더니 응답하신 듯 남녀 일행을 끌고 가던 인민군 자신들조차 도망가기 바쁜 터에 납치한 사람들까지 같이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모두 풀어주고 자기들만 도망치고 말았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눈물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고 했다.

내 나이 현재 98세, 이분처럼 103세까지 살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100세 때 가서 할 수만 있어도 큰 행운일 것이라고 기대해 보고 싶다.

지난번 한국일보 오피니언 난에 ‘인명재천’이란 기사가 나갔을 때 이를 본 6, 70명의 인사들로부터 안부전화와 카톡까지 보내며 120세까지 장수하라는 격려의 말까지 받은 바 있고, 내가 100세 될 때 축하행사 준비공동위원장을 자청한 두 분의 후배 친구, 또 축가를 꼭 부르겠다는 분, 사회를 자기가 맡겠다고 다짐하는 분,

그리고 노인상조회에서는 축하행사를 상조회 주관으로 해주겠다는 임원들의 다짐까지 듣고 보니 이분들의 여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100세를 채워야겠다는 사명감까지 생기게 되고 그때 나도 김옥란 여사처럼 언론과 인터뷰하고 싶은 충동이 재차 발동하니 어이하리.

<임형빈/전 KCC 동포회관 발기추진위·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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