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기 분

2022-03-09 (수)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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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아니, 한국대선 후보자들 면면을 지켜보며, 내 소중한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이 한심했다. 스스로 자책하며 외면하려는 마음과 달리 신경이 쓰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찜찜한 기분을 자초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라는 플라톤의 지적은 우리의 지성을 일깨워주는 일갈이다. 그러나 우리의 손으로 뽑아야 할 멋진 지도자 지켜보는 마음이라 하기엔 너무 멀리 와 있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라는 독백 수없이 중얼거림).

그래서 기분은 상쾌하지 못하고 침울하기까지 했다. 기분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말이 옳다. 지도자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탐.진.치.(貪嗔癡) 삼독(三毒)의 마음으로 어찌 지도자의 꿈을 꿀 수 있을까. 선택이 되었다 한들 국민 위한 정상적인 정책이 펼쳐질까를 생각하는 흔들리는, 고요하지 않는 마음, 그렇게 일,이월을 보냈다.


검푸른 하늘에 걸린 초생달의 날렵함이 가슴에 깊게 담겨지던 날 밤. 난 더 가까이 더 선명하게 보고 싶어 베란다로 나갔다. 찬바람이 몸을 으시시 떨게 했지만, 볼을 스치는 그 청아한 추위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갑자기 울컥한 마음이 심호흡을 하게했다. 선명한 초생달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눈물을 닦아내며 그렇게 서 있었다. 광활한 밤하늘을 장식한 그 조그마한 초생달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무유정법’<無有定法> 어떠한 정해진 법이 없다’ 란 의미, 이해하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세상은 정해진 법으로 인해 질서있게 움직인다고. 옳고 그름이 분명해야 정의가 있다고, 싫고 좋음이 뚜렷해야 한다고, 가짜와 진짜가 구별되어야 한다고.

그런 정해진 테두리에 나를 가둬 놓고 지내는 것은 진정한 나를 사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누가 옳고 그르고 나쁘고 좋고의 분별로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이 밖을 향해 있어 늘 시비분별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인과의 법칙만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스스로 평안한 마음 헤아리는 것. 그 평범 속에 깃든 위대함이 진실이다. 흔들리고 불안하고 미덥지 않는 마음일지라도 스스로 그것을 알아차림으로 변화 할 수 있다. 세상살이의 중심이 되는 자신에게 늘 힘을 실어줘야 기분 좋게 잘 사는 길이 열린다. 너와 내가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절실하게 알아차린다.

욕심 채우려 전쟁 일으키는 마음, 초라하고 불쌍한 어리석은 이의 행위다. 푸틴의 마음에 자비 마음 깃들어 참혹한 전쟁 중단하길 바란다. 침략으로 우크라이나인의 인명피해와 곳곳에 페허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 바뀌고,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환한 기분의 에너지가 세상에 가득하기를 빈다.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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