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언제 웃을 수 있을까

2022-02-25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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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할 정도로 급격 상승한 물가로 평균적인 미국 가구 월지출이 250달러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월스트릿 저널이 10일 보도한 바에 의하면 이 금액은 가계에 상당히 큰 부담을 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미 물가 상승 체감온도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식품비가 얼마나 올랐는 지 마트에 가기가 겁난다. 장에 갈 때마다 “지난번에 칩스가 2.49달러였는데 2.99달러로 올랐네.” 하는 말을 수시로 하게 된다. 마트측에서는 한국산 식품을 실은 콘테이너가 들어올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면 중고차 가격, 외식비 등 상승하는 물가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이 와중에 24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전격 침공했다. 각국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 국제유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유가는 8년래 최고치라는데 고유가는 이미 급등한 물가의 추가 상승을 부추긴다.


연준(Fed)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월에 첫 번째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inflation) 또는 물가상승은 한 국가의 재화와 용역 가격 등의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상태를 말한다. 이는 동시에 해당국가의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 현상을 가져온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 성장을 동반한 인플레이션과 1970년대 오일 쇼크와 함께 나타난 고통스런 인플레이션 경험이 있다. 전후에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했으나 실물경제가 가격 상승과 보조를 맞출 정도로 성장하자 전시 동원 자원이 일상생산으로 전환되면서 가라앉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각 지역의 식품 보급소에 무료 급식이나 식품을 받으려는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부터 1월에는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자 각 진료소마다 줄을 섰고 보통 서너 시간을 기다려서야 차례가 되었었다.

줄 선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검은 색 옷을 입었고 표정조차 거무죽죽하니, 한눈에 보기에도 “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하는 모습이다.

이들을 볼 때면 1929년 대공황시절 일자리를 찾아 길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이 저랬을까 싶었다. 당시의 흑백 사진을 보면 자신의 몸에 구직광고판을 붙이고 있거나 양복을 입은 신사들이 거리 행상에서 사과를 팔고 있다. 또 무료급식소에 줄지어 선 남성 실업자들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1920년대 수십만 명의 투자가들은 주식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고 무모한 투기적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10월말 주식 시장은 제풀에 무너지고 소액투자가뿐 아니라 거액 투자자들도 파산하고 말았다. 이에 기업은 투자와 생산을 포기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며 전체 노동인구 4분의 1이 직업을 찾아 헤매었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소득이 없고 그러니 집도 없어졌다. 뉴욕의 집 없는 사람들은 맨하탄 이스트 10번가 부랑자 숙박소에 몰려들고 웨스트사이드 일대에는 타르를 바른 종이로 지은 판잣집이 들어섰다. 브루클린 지역에 폐품을 주워 만든 판자촌 이름이 ‘후버빌(Hooverville)’이라고 당시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1933년 루즈벨트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위기극복 노력으로 미국이 대공황 불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듯이 코로나19 팬데믹도 현재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머잖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입는다.

바라건대 두 나라의 갈등이 조만간 봉합되고 인플레이션이 잡히면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될 것이다. 이 겨울도 끄트머리에 서 있다. 만물이 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봄여름가을에는 이 모든 고통과 압박에서 풀려나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활짝 핀 웃음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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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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