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20세기 역사와 대화

2022-02-16 (수) 신응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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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의 갈등이 고조되어 서로 연일 경고를 보내며 세계를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구소련해체로 동서냉전이 끝난지 30년 만에 다시금 미·러 군사력 대결로 치닫고 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라고 말했다. 카의 정의에 따라 20C 주요 사건을 돌아보며 교훈으로 삼으려한다.

19C 전 유럽을 열화같이 뒤흔들었던 칼 막스 공산주의혁명 실험이 차르의 전제군주국가 러시아에 불을 당겼다. 칼 막스 주의자로 민주주의 자본주의체제는 자체가 갖고있는, 갈등을 유발하는 계급화의 모순으로 결국 멸망하고 공산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혁명이 미래라고 확신했던 레닌은 그가 이끄는 다수당 볼세비키 혁명으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아시아, 남미의 여러국가를 사회주의체제로 바꾸었다.

레닌, 스탈린을 통한 ‘거대한 실험’은 20C가끝나기 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 해체(1991)라는 허망한 실패로 끝났다. 그 첫번째 이유는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며 펼친 공포정치였고, 두번째는 중앙통제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이었다. 소련의 정치가와 공산당은 사회주의혁명이 꿈꾸었던 이상을 스스로 짓밟았다.


볼세비키의 이상주의는 권력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간과한 것이었다. ‘사라예보사건’이 시발이 된 제 1 차 세계대전은 과학의 힘으로 신무기로 3 천여만명의 전사자와 부상자를 내며 1919년에 끝났다. 당시 제국주의는 국가주의 애국주의를 충동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고 패권을 향한 탐욕이 벌인 반인륜적 참극이었다.

그 참상을 겪고도 20여년 뒤인 1939년 제2차 대전을 일으켰다. 위대한 조국을 들먹이며 민중을 전선으로 내모는 정치가는 아직도 있다. 과학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이기적 본능을 제어하는 이성은 진화하지 않는 것 같다. 수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2차 대전은 일본의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로 막을 내렸다.

20C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혁명이 무너졌고 독일과 일본은 패전으로 막을 내렸다. 20C는 사회주의 실험, 제국들의 탐욕의 전쟁 시대였다. 사회주의혁명은 꿈을 실천하려는 이상주의 운동이었지만,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전체주의 체제를 다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멸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비에트해체는 민주주의 우월성을 증명했다.

인간은 혈연공동체의 오랜 역사를 살아가며 부족본능을 키워왔다. 20C에 벌어진 두차례 세계대전은 그 양상을 극렬히 드러냈다. 부족본능의 국가주의는 세상을 피아로 갈라놓았다. 인종 언어 종교 이념 정치체제 등이 피아의 구분의 기준이 되었다.

인류는 과학혁명으로 지구를 파괴할 만한 힘을 키웠으나, 인간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 탐욕의 본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인류의 멸망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냉전이 끝난 뒤 무력분쟁은 문명간의 충돌로 이어졌다. 종교와 문명이 충돌하며 9.11 사건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등을 본다.

20C 의 역사를 통한 교훈으로, 정치, 사회, 종교분야에서 체제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부패한 권력의 억압과 비인간화, 불의를 방관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인간 본성이 이끄는 탐욕으로 부터 이성과 양심이 작동하는 위대한 존재 ‘위버멘쉬’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는 것이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신응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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