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란과 합의 불발시 “다시 마구 폭격해야 할 것” 경고한 바 있어
▶ 전쟁여론 악화 속 ‘해방 프로젝트’ 재개 등 對이란 압박 강화 관측도
▶ 시진핑과 회담도 간접 압박 기회…美당국자 “트럼프, 시진핑 압박할 것”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10일 또 한번 결렬되면서 종전을 향한 돌파구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든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나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에 종전을 위한 제안을 보냈고, 이란이 이에 대한 답변을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이날 건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진행중이던 비대면 협상의 '결렬'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양국 고위급이 지난달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났지만 '노딜'로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 파키스탄의 중재 속에 물밑에서 지속돼 온 종전 협상이 다시 한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앞서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지난 6일 최종 종전 협상 이전 단계로 종전 및 핵 협상의 기본 원칙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며, MOU 체결 후 30일간 양측이 종전을 위한 세부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총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MOU 초안에는 큰 틀에서 12∼15년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유예(모라토리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 및 동결 자금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완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매우 크다"는 발언들을 내놓았고, 지난 8일에는 "아마도 오늘 밤 (이란으로부터) 서한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날 미국에 전달한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 미국의 요구에 대한 수용보다는 오히려 자국에 유리한 요구가 더욱 많이 포함된 '역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 답변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은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 ▲ 미국의 대(對)이란 해상봉쇄 종식 ▲ 30일간 이란 원유 판매 금지 해제 등을 종전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비핵화 관련 협상은 전쟁 종식 이후로 미룬 채, 종전을 위한 자신들의 선결 요구사항들을 재차 거론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번 협상 결렬은 현 상황에 대한 양측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인해 이란의 군사 능력이 상당부분 제거된 상황에서 미군의 대이란 해상봉쇄 및 각종 추가 제재로 이란의 전쟁 자금줄을 더욱 옥죄고 있어서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여전히 남은 해군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및 기타 상선의 통항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다. 국제 유가뿐 아니라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큰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판단 하에, '지구전'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듯한 양상이다.
결국 이날 또 한차례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이란과의 합의 불발 시 '전쟁 재개'를 시사해왔다.
그는 지난 6일 미 공영매체 PBS와 인터뷰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그들을 마구 폭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크 왈츠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 행위로 돌아가기 전에 가능한 모든 기회를 외교에 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할(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준비가 확실히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 대이란 전쟁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이란 공격을 재개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측근들의 강성 발언은 이란에 대한 압박성 수사라는 분석도 많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재개하는 대신 경제적 압박을 더욱 강화하면서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이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장대한 분노' 작전이 목표를 달성하고 종료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대이란 역봉쇄를 지속하는 동시에 미군을 동원해 이 해협에 갇힌 민간 선박들의 해협 통과를 지원하는 '해방 프로젝트'(Project Freedom)를 재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프로젝트 시행을 선언했다가 이튿날 이란과의 협상 진전을 이유로 돌연 일시 중단을 선언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오는 13∼15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중국 방문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14일 정상회담도 이란을 간접적으로 압박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각종 국제 제재로 경제난에 빠진 이란에 자금줄 역할을 해온데다 무기를 수출했을 가능성도 거론돼온 만큼 시 주석에게 이러한 행동을 중단할 것과, 이란에 미국의 종전 제안 수용을 설득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관련 사전 전화 브리핑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