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네로와 올림픽

2022-02-15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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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폭군 네로는 그가 다스리는 몇 나라를 모아 오늘날의 올림픽 같은 운동경기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네 개의 금메달을 차지하였다.

억지로 하프 연주와 비극 연기를 올림픽 종목에 넣어 자기가 금메달을 받았고 수레 경기에 참가하여 그의 수레가 굴러 뒤집혔으나 다른 수레들이 모두 달리기를 멈추어 네로의 수레를 일으키고 모두 그의 수레를 뒤따라 역시 네로 황제가 일등을 차지하였다.

헤럴드 경주(소식을 빨리 전하는 일종의 마라톤)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였다. 원래는 낚시와 굴렁쇠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할 예정이었으나 이 경기는 취소하였다. 이쯤 되니 운동경기가 아니라 코미디였다. 네로는 황제이면서 자기의 이름을 높이기 위하여 몹시 신경을 쓴 것이다.


사람들은 일등 좋아하고 이름내기를 좋아한다. 이름이 뭐길래 이름을 좋아할까. 나도 아호(雅號)가 있다. 우석(愚石)이다. 나의 스승님이 지어주셨다. 어리석은 짓을 너무나 자주 해서 어리석을 우(愚)를 썼고 내 고향 해주에는 하얀 돌이 많아 고향의 특색을 따라 돌 석(石)을 붙였다.

나는 특색이 없어 학창시절 별명이 없었다. 그래서 나 자신 나의 별명을 바보라고 지었다. 어리석은 짓을 자주 범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짓 올림픽이 있으면 내가 금메달감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한국을 지배할 때 그들은 한국인의 이름을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게 하였다. 그 이상의 폭정은 없다. 성이 집안을 나타내는 가문의 간판 같은 건데 아예 한국인의 족보를 일본인으로 뜯어 고친 것이다.

최(崔)는 높을 최이므로 오야마로 지었다. 나는 학교에서는 오야마로 불리고 집에서는 효섭으로 불렸다. 한국인들이 일본의 압제 밑에서 치욕의 36년을 산 것이다.

나는 미국에 이민 오기 전 유학생으로 다녀간 일이 있다. 학교에서 교수나 학생들이나 효섭이란 발음을 못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구약성경 인물인 요셉을 썼다. 영어로는 Joseph이다.

요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이집트까지 팔려가는 큰 고통을 겪었으나 끝까지 굴하지 않고 싸워 이집트의 총리대신까지 되는 성공을 거둔 끈기와 투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작명소가 있다. 아이의 이름도 지어주고 나쁜 일들이 그 사람에게서 생기면 이름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이름도 바꾸어 주는 곳이다. 이런 엉뚱한 것을 믿고 살았으니 얼마나 한국의 민도가 낮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독특한 종교로서 아마테라스 오미까미(失祖?神)이 있다. 이 신을 모신 사당을 진자 (神社)라고 하는데 자기의 이름을 적어서 중에게 주면 그를 위하여 중이 신에게 대신 축복의 기도를 드려준다. 물론 돈을 내야 한다. 신이 내 이름을 기억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름은 내세에서도 필요한 것 같다.

모든 것이 이름을 가진다. 사람 동물 물건 나무 등 이름이 없는 것은 없다. 죽은 자의 이름을 써 붙이고 제사도 드린다. 죽은 뒤에도 이름이 남는 것이다. 역사책에는 천년 전에 죽은 사람도 그 이름이 남아있다. 그러니 사람은 좋은 이름을 남겨야 한다. 로마의 헤롯은 큰 이름이었으나 좋은 이름으로 남지는 못하였다.

세상에는 모든 종류의 상(賞)이 있다. 좋은 것 , 아름다운 것, 뛰어난 것, 잘 한 것, 무엇이나 으뜸 가는 것에 상을 준다. 그 이름을 빛내 주는 것이 상이다. 현재 뿐이 아니라 내세에 받는 상이 천당이고 극락이다.

무슨 종교나 장래의 보상을 말한다. 내세의 상과 벌을 말하지 않는 것은 종교라고 하지 않고 그냥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동양의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 가르침이다.
그 사람은 자기만을 위하여 살지 않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살았다는 이름이 남는다면 그가 바로 성공한 사람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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