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한겨울의 경로사상

2022-02-02 (수) 전태원/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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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1월 28일 저녁부터 내린 눈이 뉴욕, 뉴저지를 강타했다. 물론 동부 전지역을 포함해서다. 롱아일랜드에서만 다섯명이 사망, 시속 40마일 강풍을 동반, 수 백 가구가 정전피해를 입는 등 Nor’easter 위력이 엄청났었다.

폭설량이 많게는 25인치가 넘었고 우리 동네는 다행히 7인치 정도였지만 기온이 하강해서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 팔십을 훨씬 넘긴 노령의 나에게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었다.

주민 인구수가 불과 3,400명이 안되는 작은 타운, 하워스에 1998년 6월 이사를 들어와 거주하고 있는 지 24년 째이다. 지난 11월 말경쯤인가 Town 사무실에서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


고령으로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민들은 연락을 하라고 해서 이제 곧 81세가 되는 월남참전용사로 아내와 단둘이서 사는 노인이라고 보고를 했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1월29일 토요일 눈이 그치고 오후 정확히 3시가 되었는데 픽업 트럭 두 대에 여섯 명의 장정들이 들이 닥치더니 순식간에 드라이브 웨이와 사이드 워크를 20여분간에 해치우고는 인사도 받지 않고 다른 집으로 행하는 걸 목격하고서는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1966년 26세의 한창 젊은 나이에 한국정부는 물론이려니와 미국정부를 위해서도 충성을 바치긴 했지만 이 나이에 이곳 미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게 되다니 눈물이 핑 돌고 앞을 가렸지만 졸필을 들었다.

타운 오피스에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하고 문자를 발송했다.
“Thank God! What a wonderful group of people to have arranged such a good-hearted program to help us old ones in distress at this critical time.

눈이 1시경쯤인가 그치나 싶었는데 우리 집을 제일 먼저 찾아준 젊은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저 타운에 메시지를 전했다.

I just don’t know how to thank you enough for taking time to come and shovel snow from our driveway and sidewalk. God bless you and all involved in this great project and service. I am just so grateful again for all your kindness!

화씨 9도의 영하 엄동설한에 경로사상이 이런 식으로 꽃을 피우다니 그저 감개무량할 뿐이다. God Bless America!!!

<전태원/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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