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남편 비하·남편 칭찬

2022-01-27 (목)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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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자가 김 여사에게 전화했다. 사적인 전화이기에 그녀는 기자에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주었다. 기자는 몰래 녹음했다. 방송(2022/1/16)했다. 김 여사의 남편은 한국에서 아주 잘 알려진 상류층 인사이다. 여기서 남편을 ‘저게’라고 표현했다.

“저게 멍청해도 말이라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것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 인물이 좋냐? 힘이 세나?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

첫째, 많은 중년여성들은 친구들에게 자기 남편에 대해 흉을 보거나 욕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에 대해 욕을 하면 우선 친구들이 재미있게 경청해준다. 남편에 대한 흉을 보고 나면 속이 후련해짐을 느낀다. 남편을 비난함으로 해서 남편보다는 더 잘 낫다 하는 우월감을 은근히 가질 수도 있다.


둘째는, 여자들이 남편에 대해 욕을 하면서도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내 남편이 내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하는 남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내는 자기 남편에 대해 욕할 권리와 자유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 그런데 듣는 사람들은 그녀의 남편에 대해 욕할 권리나 자유를 갖고 있지 않다. “저게 멍청해도 말이라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듣는다면? 이것 정말 곤란해지고 만다.

“그래, 너희 남편이 멍청하다고 네가 말했는데, 그래 내가 봐도, 너의 남편은 뭔가 하는 짓이 멍청이 같더라.” 하고 맞장구를 쳐준다면, 김 여사의 속은 확 상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남의 남편에 대해 함부로 욕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위로를 해주는 것은 좋다. 그냥 간단하게, “그래, 너 남편 때문에 고생이 많겠구나!” 하고 말해준다. 혹은 “야, 너의 남편은 네가 말한 만큼 그렇게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더라.” 하고 대응해주면 뒤끝이 좋다.

셋째는, 가령 김 여사가 “내 남편은 말이야, 아주 좋은 사람이야, 총명하고 친절하고,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이야. 대학도 일류대학을 졸업했고, 한국에서 잘 알려진 검사이고 ---,” 하고 남편을 길게 자랑한다면? 반응은 어떠했을까? 듣는 사람들의 속이 뒤집혀질 것이다. “저것 봐라, 남편 자랑 되게 하네! 네 남편만 똑똑한 줄 아니, 내 남편도 똑똑해!” 하고 오히려 반발하고 달려들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기 남편을 칭찬하고 싶거든 ‘짧고 간단하게’ 해야 한다.
넷째는, 멍청이라고 남편 흉을 자주 하다보면 남편이 정말 멍청이처럼 보이게 된다. 친구들도 또한 그녀 남편을 멍청이로 대할 것이다. 멍청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남편은 화가 날 것이다. 그렇다면 부부사이가 좋아질까?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나의 좋은 점을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나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칭찬해달라고 자주 부탁한다. 남편의 좋은 점을 칭찬하다 보면 남편이 좋게 보이게 된다. 그녀 친구들도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줄 것이다. 아내가 나 좋다고 칭찬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으면 나 또한 기분이 좋아서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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