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가 된다는 것

2022-01-25 (화)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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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도덕적인 기준을 집안 어른인 아버지에게 둔다. 아버지의 도덕 수준이 아이들의 도덕 수준이 되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손찌검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난 아이들이 아내에게 손찌검을 한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우상으로 아버지의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한다.

아이들의 머리 속에 오랫동안 남는 것은 아버지와 함께 지낸 추억들이다. 내가 열 두 살 났을 때 추억에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성묘 갔던 일이 지금까지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 산에서 밤을 따고 묘지기 아저씨댁에서 점심을 먹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버지와 아이의 이해의 차이는 우선 세계관이다. 아이들이 사는 현대의 세계는 아버지가 살던 세계와 큰 차이가 있다.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는 정치 경제 문화는 아버지가 경험하며 살아온 정치 경제 문화와 큰 차이가 있다.


아버지들은 때때로 아이들을 어른처럼 대하는 수가 있다.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와 기대를 하는 수가 많다. 아이는 역시 아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요구를 잘 들어준다고 아버지가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No를 확실하게 해야 아버지가 존경을 받는다.

아버지의 영향은 온 집안에 미친다. 아버지가 명랑하면 온 집안이 명랑해지고 아버지가 저기압이면 온 집안의 공기가 우울해진다. 아버지가 이야기를 많이 하면 온 집안의 입들이 열리고 아버지가 입을 다물면 온 집안도 조용해진다.
그대는 아이들이 장차 상스런 말을 하고 남과 싸우고 술주정을 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곧 아이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종교적인 면에서 아버지는 절대적인 영향을 아이들에게 미친다. 아버지가 믿지 않는 신앙을 아이들이 갖기는 매우 힘들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작은 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응답을 기다린다. 아버지의 응답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갖게 한다. 응답이 없는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아이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자기가 갈 길을 지시해 주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도 필요하지만 아버지의 강한 인도가 필요하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기둥이며 피난처이다.
그대의 참다운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그대의 더럽히지 않은 손과 맑은 마음과 좋은 믿음이다. 어느 부자나 어느 권력가의 자식이었다는 이름보다 존경 받던 누구의 자식이었다는 이름이 더 아름답다.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대는 아는가? 아버지가 자기를 이해하려는 자세이다. 아버지가 자기를 믿어주는 마음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아버지가 자기와 대화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아버지와 함께’를 아이들은 바라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자기를 존중해 주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작은 신이 되어야 한다. 판단의 기준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대가 가는 곳에 갈 것이고 그대의 인생관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다. 그대의 책임이 매우 크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시간의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대가 할 수 있는 최고로 많은 시간을 아이를 위하여 할애하라. 돈보다 재산보다 시간의 투자가 최선의 사랑이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는지 살피고 반성하라. 아이에게 주는 그대의 시간을 보고 그대의 사랑의 농도를 알 수 있다. 아이는 그대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주신 귀중한 선물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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