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인종차별

2022-01-11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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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발전해도 인종차별은 없어지지 않는다.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는 것은 미국 역사에서 확연히 드러나 있는 사실이다. 한국인들도 일본인을 왜놈, 미국인을 양코배기, 중국인을 뙈놈 등으로 불렀다. 일본인은 한국인을 ‘마늘 냄새 나는 놈들’이라 불러 몹시 차별하였다. 중국인은 한국을 “한때 우리의 속국이었다”고 말한다.

천연두를 영국인은 French Pox(프랑스 종두)라고 부르고 프랑스인은 English Pox(영국 종두)라 불러 서로의 증오심을 병명으로 대결시켰다. 체코인은 술 미치광이를 “화란 놈처럼 마신다”고 말하고, 화란인은 “체코 놈처럼 마신다”고 표현하여 서로의 증오심을 나타냈다. 징그러운 바퀴 벌레를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에서는 “포랜드 놈”이라 부르고 포랜드에서는 푸르시안(Prussian) 이라 부르며 독일인들은 “프랑스 놈”이라 불러 민족간의 증오를 벌레의 이름으로 나타냈다.

개인의 증오는 개인에서 끝나지만 국가간의 증오는 전쟁으로 이어진다. 세계의 모든 전쟁은 이익 분쟁도 있지만 인종간의 대립이 원인이었다. 미워하면 날이 갈수록 미움은 증대하여 싸움으로 이어진다.


한국도 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미국 군인과 한국 여성이 함께 지프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며 “양XX”하고 소리질렀다. 한국은 줄곧 큰 나라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외국인을 멸시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와 함께 목회를 하던 한 미국인 백인 목사는 “미국인이 너희 동양인도 어느 정도 멸시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해 주었다. 나도 “충분히 알지만 교회 건물을 함께 쓰며 그런 감정을 최대한 없애보자”고 대답하였다. 인종 차별의 문제는 오랜 문제이므로 지긋이 참는 인내가 필요하다.

미국에는 미국인 교회와 한국인 교회가 건물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건물 주인인 미국교회는 인원도 작고 재정도 작다. 그렇다고 한국인 교회가 우월감을 가져서는 안된다. 인원과 재정에 관계 없이 동료와 형제 정신으로 서로 도와야 한다.

내가 미국 교회에 들어갈 때 “반드시 우리 한인교회는 큰 예배당을 지어야 할테니 이 교회 부동산의 지분 10%를 우리의 소유로 해달라”고 제안하였더니 미국 교회측에서 “그럴 것 없다. 우리가 형제가 된 이상 지분 50%를 주겠다”고 말하였다. 정말 형제가 되면 인종 문제도 어렵잖게 해결되며 잘 지낼 수가 있다.

나는 50년 전 초창기 이민으로 미국에 와서 커네티컷 주 하트포드에 교회를 개척하였다. 물론 미국교회를 빌려 함께 썼는데“동양인이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경사이니 사용료는 받지 않겠다”고 먼저 제안하여 무료로 예배당 교실 등 일체를 사용하였다. 문제는 인종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이다.

내 교인 중에는 미국인과 함께 사는 여성 두 명이 있었는데 모두 잘 지내고 있으며 그 중 한 여성은 미국인 남편도 함께 예배에 나와서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인종 문제도 사랑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미국의 역대 국무장관 중 특색있는 사람은 흑인 국무장관 파웰이었다. 그는 유럽 전쟁의 영웅으로 원수가 되고 제대 후 국무장관에 임명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 뉴욕 브롱스 흑인가에서 자라났다. 국무장관으로서 고향을 방문한 파웰은 동네의 흑인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너희 중에 미래 미국의 국무장관도 있고 장군도 있고 위대한 학자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인종 차별에 신경쓰지 말고 가슴을 펴고 열심히 공부하여라. 나를 보라 장성도 되고 장관도 될 수 있지 않으냐” 인종 문제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국에 사는 정신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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