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매년 새해가 되면…

2022-01-10 (월)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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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 시절에 솔로몬의 일천번제 설교를 들었다. 설교를 듣고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 나도 새해에는 교회당에 나와 1,000번 기도하겠습니다.’ 얼떨결에 서약기도를 해버렸다.

순간적으로 깜깜해졌다. 어떻게, 일 년에 천 번을 교회당에 올 수 있다는 말인가? 이 때 문득 새벽기도회에 참가하면 되겠다! 그래봐야 365번인 걸… 오후에 귀가할 때 한 번 더 가면 730번, 주일 낮과 밤 예배에, 수요기도회, 금요일 청년부 모임과 토요일 찬양대 모임까지 계산해 보니 모두 990번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 새벽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여러 번 교회당에 앉자마자 조는 날이 많았고, 눈을 뜨면 한 사람도 없이 텅 빈 예배당에 홀로 남기가 일쑤였지만 결코 후회는 없었다.


오후에 다시 예배당에 가서 기도했다. 예배당 건축 공사가 끝나지 않을 때라서 여름철엔 빗물이 차고 넘쳤을 때 홀로 물을 퍼내기도 했었다. 맑은 날에는 긴 의자에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닦았다. 긴 의자들을 닦으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서 기도하는 교우들의 상황을 알았기에 나도 간절하게 빈 자리를 닦으면서 함께 기도를 했었다.

첫 줄 앞자리를 닦을 때에는 새벽마다 남편의 구두를 가지고 와서 옆자리 밑에 내려놓고 그 신발 주인이 그 자리에 직접 나와 앉아있도록 기도하는 여집사님을 위해서 나도 기도했다.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남겨 놓고 간 외아들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의 자리를 닦을 때에 믿음으로 돌아오지 않는 그 아들을 위해서 나의 걸레를 든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기도했었다.

그 후에 언젠가 주일예배에 그 홀어머니 곁에 앉아있는 아들 청년을 볼 때에 얼마나 감사했던지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빈 구두의 주인공이 아내와 함께 교회당으로 들어올 때의 그 뿌듯한 광경을 평생 잊지 못했다.

어떤 날 오후엔 예쁜 자매가 홀로 앉아 방언 기도하는 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마치 천사들의 노래처럼 아름답고 신비하게 들려서 나에게 방언을 달라고 기도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개척교회 목회를 시작할 때에 간절하게 기도하는 새벽시간에 나의 혀가 말리면서 신비한 방언 기도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20살에 시작된 나의 새벽기도는 오늘날까지 50년을 넘도록 나를 이끌어 줬다. 나는 새벽기도를 통해서 내 인생의 변화를 확실하게 체험해 왔다.

첫째는 새벽형 인간이 되었고, 둘째는 소극적인 성격이 담대한 믿음으로 바뀌었고, 셋째는 모든 일에 확신으로 차고 넘쳤으며, 넷째는 부요한 삶의 비법을 발견하고 평생토록 부족함이 없이 지내고 있다. 다섯째는 건강의 비결도 새벽기도가 준 선물로 믿고 살아왔다.

난 매년 새해가 되면 내 인생을 새롭게 바꿔준 새벽기도의 능력을 이웃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누고 싶어진다. 불확실한 세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확실한 삶의 보장인 새벽기도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매년 새해가 되면….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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