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딱새 부부의 자식 사랑

2022-01-10 (월) 심요한/동서시니어센터
크게 작게
우리집 환풍구에는 수년 전부터 새까만 딱새 부부가 살고 있다.
둘 사이 얼마나 금슬이 좋은 지 주둥이 노란 새끼를 여럿 두더라.
하루는 그 딱새 부부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마당에 나가보니
눈도 채 뜨지 않은 새끼 한 마리가 마당에 떨어져 있더라.
다행히 다친 데가 없기에 가져다

돌보아주는데 그것을 못마땅히 여겼는지
딱딱거리며 부부 함께 저공비행 하며
온 동네를 울며 다니더라.
여러 새끼 중에 말썽쟁이 하나 포기할 만도 하지만
그러지 아니하고 안타까워하더라.
작고 새까만 딱새이지만 그들의 애틋한 자식사랑이기에
내가 사다리를 놓고 둥지 안으로

그 말썽꾼 새끼를 넣어주니
그들 가족의 사랑 분위기가 충만 하더라.
나는 수년 째 딱새 가족에게 방해가 될까봐
환풍기를 가동하지 않고 조금 덥지만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그들 가족을 지켜볼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들 가족이 떠나 갈 때까지….

<심요한/동서시니어센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