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세상을 바꾸는 리더십

2022-01-07 (금) 민병임 논설위원
크게 작게
3여년 질기고 줄기차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의 행방이 불확실한 가운데 새해가 시작됐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장바구니 물가는 마구 올라가고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폭설 등의 천재지변에 아시안 증오범죄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한국은 3월6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국민은 물론 재외한인들까지 둘로 나뉘어져 있다. 빈부의 양극화,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마음, 이 깊은 골을 메울 포용과 통합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능력, 품격, 진심, 도덕성을 갖춘 리더가 나와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리더로 람세스 2세, 한무제, 페리 클래스, 알렉산더 등을 든다. 개인적으로는 청나라 제4대 황제 강희제의 도덕적 리더십을 말하고 싶다.
고대이집트 제19왕조 왕 람세스 2세는 기원전 1274년 카데시 전투에서 진정한 용기와 대담성으로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히타이트의 전차부대를 저지했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한무제는 평민 출신 유방으로 확고한 비전을 갖고 성공한 리더다.


고대 아테네 정치가이자 군인인 페리클래스는 도편 추방제란 법을 실시했다. 이는 횡포가 심한 지도자나 폭군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물을 전 시민의 비밀 투표로 10년간 국외 추방하는 것이다. 이 법이 독재자를 미리 예방하고 시민 권리를 신장하여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또한 페르시아를 정복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다른 민족을 정복하면 명령이 아닌 진심어린 설득으로 포용하였다. 이처럼 리더는 위기의 순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조국이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리더의 핵심 덕목은 ‘용기’ 이다.

위의 다섯 명 리더는 하나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이나 뿌리가 있는 한국에 있었으면 싶다. 특히 강희제(1654~1722) 같은 리더는 한국에 꼭 필요하다.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 숭덕제, 순치제에 이어 강희제는 중원을 다스려야 했다.

한족 출신이 아닌 변방 오랑캐 만주족 출신인 강희제는 만주족과 한류의 진정한 통합을 도모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통이 가장 큰 문제이자 화두, 강희제는 이 소통을 잘 하였다. 그래서 고작 300만 명의 만주족이 1억5,000만 명의 한족을 260여년간 통치할 수 있었다.

소통을 위해 첫째 언어적 통합을 추진했다. 만주어가 아닌 한자를 본인도 배우고 궁중이나 귀족, 지도자 그룹에서 한자를 사용하게 했다. 언어뿐 아니라 전쟁터에 나가서도 책을 읽고 한족 유학자로부터 다양한 지식을 배웠다.

안목을 쌓은 그는 한족, 만주족, 서양 선교사 등 여러 종족으로부터 인재를 발굴하였다. 일본이 식민지하의 조선에서 조선말을 못 쓰게 하고 일어를 국어로 사용하게 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둘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식 먹기다. 만주족 음식과 한족 음식을 네 가지로 분류해 상에 올릴 것을 지시하자 총 108가지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궁궐에 초대된 만주 귀족과 한족 유학자들은 서로의 음식을 맛보며 서로의 문화, 역사,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바로 만한전석(滿漢全席)이다.

강희제는 직접 황하에 가서 치수 방법을 강구하고 궁정에서 농사를 지어 개량 볍씨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밤새워 상소문을 읽고 답신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게 검소하게 살아 절제와 청빈의 모범이 되었다. 그래서 강희제-옹정제-건륭제에 이르는 중국 최고의 133년간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다.

강희제의 정치는 무위지치(無爲之治, 다스리는 것을 백성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러한 리더를 갖기를 소망한다. 큰소리치지 않고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일하기, 리더와 상관없는 사람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런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가정, 조직, 사회, 국가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