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새해, 기적을 만들자

2021-12-31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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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 확산되며 미국을 비롯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마다 일일 확진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새해에는 코로나 변이가 가져온 어둡고 막막한 날이 계속 될 지 팬데믹 종식으로 가는 해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

2021년 하얀 소의 해인 신축(辛丑)년이 가고 2022년 임인(壬寅)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는 12간지의 세 번째 띠로 호랑이답게 힘이 넘치며 속임수보다 정열과 정직으로 대표되는 동물이다. 검은색은 어둠에서 새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성질이 있고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한다.

우리 한민족에게 호랑이는 영물로 여겨져 신성시 해왔고 토템 사상에는 산신령으로 모셔 제를 올리기도 했다. 호랑이 관련 전설이나 설화, 동화는 무수하다.


‘호랑이와 두꺼비’ 동화는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친구 사이인 호랑이와 두꺼비가 떡을 쪄서 먹기로 했는데 다 먹고 싶은 욕심이 생긴 호랑이가 빨리가기 내기를 제안한다. 떡시루가 굴러가면서 떡이 다 떨어지고 호랑이가 언덕아래 도착해보니 깨진 시루에 떡은 하나도 없다.

바닥에 떨어진 떡을 주워 먹으며 다가온 두꺼비가 엉엉 우는 호랑이에게 “이거라도 먹을래?‘ 하고 바가지에 남은 떡을 호랑이에게 준다는 이야기. 호랑이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것.

또한 ‘호랑이와 곶감’ 설화도 있다. 늦은 밤 아기가 울자 순사가 온다,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계속 운다. 문밖에서 이를 듣던 호랑이, “ 어, 나도 안무서워 하네.” 했다. 할머니가 “곶감 하나 줄게” 하는 한마디에 아기는 울음을 뚝 그친다. 호랑이는 나보다 무서운 게 곶감이네 하며 곶감을 피해 삼십육계 도망을 간다. 이 이야기를 읽을 때는 늘 곶감이 먹고 싶었다.

조선시대에 호랑이로 인해 인명 살상 사건도 많았지만 동화 속에서는 이처럼 멍청하나 순진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흑호(黑虎)의 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1000년 이후 눈에 띌만한 해를 살펴보면 1182년 경대승의 도방 창설, 1242년 몽골 퇴레게네 섭정 시작 1302년 프랑스 첫 삼부회, 1362년 원나라 나하추 고려 침입, 1422년 조선 첫 번째 임인년 태종 사망, 1482년 조선 조광조 태어남, 1542년 영국 여왕 메리 스튜어트가 태어남.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설립, 1662년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 사망, 1722년 근대 첫 번째 임인년 청나라 강희제 사망, 1782년 영국 증기기관 특허 연장, 1842년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첫 공연, 1902년 첫 번째 임인년으로 서울과 인천 간 첫 공중전화 개설, 1962년 미국,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대단한 사건은 없었으나 조선 건국과 토대 마련에 큰 영향을 끼친 태종이나 청나라의 가장 훌륭한 황제 중 한사람인 강희제가 사망한 임인년이 눈에 들어온다. 쿠바 미사일 위기시에는 미국에 위대한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있었다.


2022년은 2,000년대 첫번째 임인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고 다락같이 올라간 인플레이션에 사람들은 먹고 살기가 힘이 든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험해도 우리는 살아있고 삶은 계속 되고 있다.

음양오행의 원리에 양(陽)과 음(陰)의 기운이 있다. 신축년은 음음이었다가 임인년에 양양으로 바뀐다. 음이 차가운 시대를 지나 밝은 양의 시대다. 그러니 활기차고 적극적인 해가 될 것이다. 긍정과 가능성, 이것을 믿고 새해를 시작하자.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말이 위로가 될까? “내가 걷는 길은 늘 험난하고 미끄러웠다. 나는 자꾸만 넘어지곤 했다. 기운을 차리고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길이 미끄럽긴 해도 낭떠러지는 아니잖아.” 그리고 하나 더, “선행을 하면 내 기분이 좋고 악행을 하면 내 기분이 나쁘다. 이것이 바로 내 종교다.” 새해, 깨끗하고 착하게 살자. 작은 도움이, 그렇게 모인 힘이 코로나를 이기고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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