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마디 - 어머니의 병을 고친 아들

2021-12-30 (목)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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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일화 하나가 있다. 본인이 어렸을 때 발생한 일이다. 제주도에서 우리 동네로 한 과부가 두 아들과 함께 이사를 왔다. 갓 60을 넘은 과부다. 큰아들 이장근은 우리 교회 학교의 교장 선생이었다. 그의 딸은 나와 초등학교와 교회의 같은 반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조금 늦게 주일날 그가 교회를 다녀왔을 때 그 어머니에게 지랄병이 일어났다. “ 일이 많아 바쁜데 지랄하고 어디를 쏘다니는 것이냐 ? “ 라고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아들이 마당에서 지랄을 하기 시작했다.

때굴때굴 구르며 입에서 거품을 내며 맨바닥인 마당을 헤매고 좋은 옷을 입은 채 땅바닥에서 난리를 부렸다. 평소에 성실하고 착한 큰아들이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고 저러니 그 어머니가 기절초풍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큰아들이 지랄병(간질병) 이 일어났으니 얼마나 놀랐을 까? 얼마 후 그 아들이 “ 어머니 이것이 바로 지랄입니다. “ 라며 옷을 툴툴 털고 일어났다. 이렇게 ‘경기’ 연극이 끝났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 까? 입만 열면 나오던 어머니의 지랄병이 싹 고쳐졌다. 이 사건은 쫙 퍼져 시골 동네의 화두가 되었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제주도에 무전여행 갔을 때 배운 사투리 하나 “논피국이 맨도롬 할 때 후드로 삽수께 “ 표준어로 하면 “나물국이 따뜻할 때 훅 들어 마시세요 “ 란 말이다. 지랄은 전라도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욕인데 이 과부는 전라도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제주도에서 전라도에 이사와 배운 걸까. 알 수 없다. 언어는 그 사람의 얼굴과 인격이다.

성경에서는 말을 다-발 이라 한다. 다-발은 사건이란 뜻이기도 하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 한다. 옛날 왕궁에서는 생사여탈권이 있어 말 한마디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했다. 말 속엔 그의 인격이 숨겨져 있다. “천 냥 빚도 말 한마디에 갚는다. “는 말도 속담에 있다.

연말과 추위가 다가오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음들이 어두워져 있다. 가급적이면 따뜻한 말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격려하고 위로 하는 말을 주고받으면 좋을 것 같다. 남을 흉보거나 비방치 말고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언어 그리고 축복하는 언어들로 수를 놓자. 우리 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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