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마디-12월의 느낌

2021-12-29 (수) 이선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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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배를 다녀온 후 출근하는 남편의 도시락 준비로 나의 감사한 하루가 시작된다. 날씨가 꽤 추워 졌다. 따끈한 하루 준비로 둥굴레차, 커피, 국, 보온병에 챙기고 보온통에 밥과 그리고 반찬을 담는다. 가끔은 학창시절 어머니께서 싸주시던 도시락이 떠오르곤 한다. 양은 도시락 밥 한켠에 멸치볶음 담긴 꿀맛 도시락이다. 그 때와 다른 문화환경 속에 챙기는 도시락, 무수한 세월이 흘렀어도 따스한 정은 동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차츰 축소되는 생활반경에 길들여지기 전까지는 설왕설래 도태(淘汰) 된 듯한 느낌으로 감정의 기복도 심했었다. 연일 지루한 현실이 거듭되며 차츰 깨닫게 된 나의 긍정적인 사고로 좋은 점들도 많이 있음을 느꼈다. 지난날에야 생존경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대강대강 넘어갔던 일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챙기지 못해 사방으로 좌충우돌 다툼도 많았었다.

가족과의 관계도 그랬었다. 이제 찬찬히 되돌아 살펴보며 서로 치유 할 수 있는 어제들, 이 또한 연륜의 득으로 치부하고 싶다. 젊은 시절에야 서로 뜯겨도 상처를 회복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연륜의 의미는 그 여지조차 확언(確言) 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될 것 같다. 그러기에 가족간에, 이웃간에, 더 나아가 타인에게 입히는 상처도 헤아리며 살아야 되리라. “좋은 말만 해도 모자란 세상 왜 좋지 않은 말을 남기는가” 라는 지난날의 듣던 말이 진리로 다가 선다. 느낌의 의식 또한 나에게서 상대방으로 옮기며 헤아리는 마음이 필요 할 것 같다.

오직 내 것으로만 여겼던 우리들의 시간도 나누어 가지고 싶다.
요양원 문을 나서며 흰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철없는 낭만이 잿빛 하늘가에 눈꽃 되어 피어난다.

<이선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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