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장미 이야기

2021-12-22 (수)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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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이 지으신 꽃들 중에 무슨 꽃이 가장 아름답느냐를 물으면 대체로 그들 중에 백합을 꽃의 여왕으로 부른다. 그렇다면 장미는 무엇으로 부를까? 필자는 장미를 공주라 부르고 싶다.

그것도 아름다운 공주.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장미를 좋아 했었다. 장미의 향은 어린애들 표현으로 죽여준다. 난 특별히 분홍 장미다. 드라마나 영화에 가끔 붉은 장미나 검은 장미로 어필하는데 난 아니다. 우리 집에 마침 장미 나무가 울타리 곁에 있어 금년 5월 말부터 지금까지 6개월 간 내내 매일 장미를 보고있다.

3일 간격으로 거르지 않고 붉은 장미와 분홍 장미로 10여 송이씩 식탁 위의 유리컵에 꽂아 놓고 즐겼다. P. B 샐리의 시 “ 장미 꽃잎은 장미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님의 침상에 쌓인다. “ 라 했는데 끝물이 되어 마지막으로 한번쯤 더 꽂을 것 같다.


소년 시절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 실력으로 영국의 유명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My tomb shall be in the spots the wind way the roses scatters north over it.” 를 외어서 주절대던 기억이 난다.

“나의 무덤은 장미꽃 휘날리는 북풍 언덕받이에 두련다. “ 장미 하면 스위스에 잠들어 있는 R M. 릴케를 그냥 넘어 갈 수가 없다. 장미가 너무 좋아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고 한다. 그의 시에도 장미이야기가 나온다.

“오늘 나는 이 장미꽃을 소년의 새 무덤으로 가지고 갔다. 장미꽃 그늘에 조그만 물방울이 아직도 방울져 빛난다. 보게나, 오늘은 그것도 눈물이다. ” 이처럼 많은 시인들이 장미를 시의 소재로 삼은 것은 역시 장미가 아름답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장미와 친하지 않았던 분들은 가깝게 되기를 바라며 마음의 창문에 기대어 장미 공주 곁에서 좋은 시도 한편 쓰시길 바란다.

그대들에게 장미의 향이 묻어 나오리라. 하아얀 흰 장미, 노란 장미, 새빨간 붉은 장미, 검은 장미, 분홍 장미, 장미가 있는 곳은 그대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되리라. 마치 소년시절 첫 사랑을 하던 소녀를 그리워하듯 장미 곁에만 있다면......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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