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생각-늙으니, 하루하루가 무척 아깝다

2021-12-15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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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중반에 접어드니 앞날이 많이 짧아져 있다. 내일이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내가 오늘 하루 살면, 나의 생명이 하루만큼 줄어든다. 하루하루 산다는 게,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이 하루가 얼마나 귀중한 하루인지! 이런 귀중한 하루를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해야, 이 귀중한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을까? 머리를 쥐어짜고 궁리해본다.

마당에서 사과나무를 심고 있었던 스피노자(Spinoza; 1632-1675)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10분후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하고 누군가가 물었다. “계속해서 나무를 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하지만 그 간단한 대답 속에 진실이 있다.

나무를 심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가령 원자폭탄이 지금 날라 오고 있다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 있다면? 종말이 오는데 어디로 도망을 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죽기 싫다”고 죽음을 부정한다고 해서 죽음이 피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면,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하던 일을 담담하게 계속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 일인 것 같다.


사람은 죽으면, 죽음으로서 끝장이 나지 않는다. 물론 사후에 저승이 없다고 믿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생과 사(生死)의 윤회를 믿고 있다. 사람이 다시 태어날 때, 각자가 지은 업에 따라 태어나는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을 한번 살펴보자. 어떤 아이는 귀엽고, 건강하고 총명하고, 부잣집에서,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반면에, 어떤 아이는 우둔하고, 병약하고, 가난하고 성질이 고약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이게 다 전생에 지어놓은 ‘업’ 때문이라고 부처는 말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업을 짓는다. 그리고 죽으면, 업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 빈손으로 온 게 아니다. 오기 전에, 미국에 가면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미리 궁리해놓는다. 그리고 ‘두뇌’(업)를 가지고 온다. 삶의 모든 실력·지식·지혜가 두뇌(업) 속에 저장되어 있다. 좋은 업(두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미국생활에 쉽게 적응해서 살아갈 것이다. 반면에 나쁜 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극락이나 천당도 아무 누구나 그냥 쉽게 들어가는 곳은 아니다. 업이 좋아야 들어가는 것이다. 업이 나쁘면 지옥이나 동물로 태어난다. 못된 업(살생·도둑질·음행·거짓말)을 많이 지어놓았다고 생각이 들면, 참회하라고 부처는 말했다. 참회하면 ‘나쁜 업’이 어느 정도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저승에 가면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미리 준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좋은 복을 갖고 태어나기 위해서, 남을 해치는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생(生)에 건강하고 총명하고 그리고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매일 운동하고 책을 읽는다.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있지만, 또한 살아있는 한 최대한으로 삶을 즐길 것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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