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시간의 날개를 타고

2021-12-14 (화)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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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저물어간다. 시간은 사정없이 흐른다. 우리 집 기둥시계는 고장도 없다. 새해 달력을 사서 책상에 펴니 또 한 해가 지나간 것을 실감한다.

투석을 받으러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네 시간씩 누워있는 신세이니 고달프지만 어쩔 수 있나. 어떤 이는 고생도 낙이라지만 나에게는 정말 고통스런 생애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를 전쟁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1987년도 풋볼(미식 축구) 결승전에서 루이지애나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이 대결하였다. 경기 1분을 남기고 루이지애나가 6점을 앞섰으니 누구나 승리는 결정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섰다. 더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인디애나 대학이 탓지다운을 하여 우승컵을 쥔 것이다.
스포츠 심리학자 데이비드 비안친 박사가 이런 평을 하였다. “루이지애나 팀은 시간을 끌거나 종료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었고 극적으로 역전승한 인디애나 팀은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순간까지 전력을 다한 결과이다.”

시간은 쓰는 사람의 정신에 따라 금싸라기 같이 귀중하기도 하고 별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에게는 쓰레기 같이 돌아보지도 않는 허무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시간을 끌고 가는 사람이 있고 시간에 줄줄 끌려가는 사람이 있다. 허송세월(虛送歲月)이란 말이 있다. 시간을 헛되게 허둥지둥 보내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극도의 불행을 딛고 일어선 한 시인을 소개한다. 그는 뉴멕시코 대학의 지미 베이커 교수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파치 인디안족이고 멕시코 사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죽고 어머니는 둘째 남편에게 살해된다.

고아가 된 지미는 고교를 중퇴하고 마약 밀매를 하다가 체포되어 20세에 교도소에 들어가 6년을 묵는다.

어느 날 교도소 목사가 이런 성경을 읽어주었다. “여러분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 압니까. 잠에서 깰 때입니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잠에서 깨어나 어둠의 행실을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로마서 `13:11-13) 갑자기 지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크게 과거를 뉘우치고 교도소에서 고교 과정을 이수하고 출감 후 대학에서 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까지 마치고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많은 명저를 발표하였다. 정신의 향방에 따라 누구나 스스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시편 기자는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하고 노래하였다. 새벽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새벽을 깨우는 적극적인 시간 관념이 필요하다. 신의 자비로우신 섭리는 희망을 가지고 앞을 내다보게 하시고, 반성으로 뒤를 돌아보게 하셨다.


지금 이 연말이 그런 계절이다.
문호 단테는 ”세상에서 재미있게 산다고 헛되게 시간을 낭비만 하다가 온 사람들이 지옥에서 이를 갈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고 하였다.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60세 이후는 100미터 경주처럼 시간이 급속도로 달린다. 내 사정과는 관계 없이 시간은 쉬지 않고 달려간다.

지혜로운 임금 솔로몬의 노래를 들어보라. “하나님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진실로 내 마음은 확고합니다/ 내가 가락에 맞추어 노래 부릅니다/ 내 영혼아 깨어나라/ 거문고야 수금아 깨어나라/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묵은 해에 실패가 있었더라도 누군가를 섭섭하게 했더라도 발표하기 거북한 죄를 지었더라도 말끔히 지나간 검은 그림자를 씻고 재기하자.
그대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곧 새해이다. 새출발 하자.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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