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것의 아름다움´

2021-12-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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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칼럼/ 김창만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한 그루 장미를 키우는 기쁨으로 살았다. 하루는 길을 걷다가 수천 송이의 장미가 피어있는 정원을 보고 좌절했다. 자기가 키우고 있는 장미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천 송이의 장미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낙심하지 마. 정원에 가득 핀 수천 송이의 장미보다 지금 네가 키우는 한 그루의 장미가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거야. 한 그루의 장미를 아낌없이 사랑해봐. 한 그루의 장미를 통해 수천 송이 장미와 창조적인 관계가 열린단다.’

여우의 충고를 따라 어린왕자는 변함없이 장미 한 그루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다. 어린왕자는 한 그루의 장미 때문에 행복했으므로 다른 장미들도 사랑할 수가 있게 되었다. 여우가 지구의 삶을 마치고 자기의 별로 돌아가면서 어린왕자에게 또 다시 말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의 꿈은 존재하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좋은 음식과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관리 잘하던 이웃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들어갔다. 모두 별 일 아닐 거라고 말했지만, 의사가 손쓸 틈도 없이 그 사람은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심장마비였다. 의사가 심장마비의 원인을 밝혀냈다. 구리의 부족이었다.

구리는 전선줄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구리는 인, 유황처럼 생체의 필수 미량원소중 하나다. 인간의 몸은 통상 80밀리그램 정도의 초미량의 구리를 함유한다. 몸 안의 구리의 함량이 계속 결핍되면 생명은 위해(危害)하다.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본 원소는 모두 10가지다.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인, 황, 칼륨, 칼슘, 마그네슘, 철분이다. 만일 그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식물 성장은 치명적 제한을 받는다.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튜스 폰 리비히는 이것을 ‘최소량의 법칙(Law of minimum))’이라고 불렀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사울은 거대주의(gigantism)를 우상으로 받드는 삶을 살다가 왕의 자리에서 추락했다. 베들레헴 촌동네의 일개 목동으로 출발했던 다윗은 사울과 사뭇 달랐다. 다윗은 겸손했다. 다윗은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은유를 삶의 요강(要綱)으로 알고 살았다. 선지자 사무엘은 작은 자 다윗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다. 만일 사무엘이 다윗의 인물됨을 알아보지 못했다면 오늘의 이스라엘은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다윗처럼 작은 자들을 통해서 굴기(屈起)한 나라다.

김창만
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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