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승자와 패자

2021-11-30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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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경주장에서 누가 승자 곧 이긴 사람이고 누가 패자 곧 진 사람인가? 누가 성공한 사람이고 누가 실패한 사람인가? 흔히 사람들은 많이 가진 자가 승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인생을 잘 산 사람은 가진 것을 보람있게 훌륭한 일에 쓴 사람이다.

진짜 승자는 그가 얼마만큼 높은 자리에 올라갔느냐 하는데 있지 않고 얼마만큼 남을 도와주었느냐 하는데 있다.
훔친 돈으로 자선 사업을 해서는 승자가 아니다. 돈 자체도 땀을 흘려 얻은 돈이 가치가 있다.

그런 돈이라면 정말 보람 있는 훌륭한 일에 쓴 것이다. 가치 판단의 기준은 어떻게 번 돈을 어떤 일에 썼느냐 하는데 달린 것이다.
흔히 주먹이 센 자를 승자로 생각한다. 그래서 무력이 강한 나라를 강대국이라고 말한다. 반면 무력이 약한 나라를 약소국이라고 말한다.


세계는 강대국 몇 나라가 끌고 간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세계연합 곧 UN 정신은 작은 나라들도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합의에 의해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다.

누가 미인인가? 소위 예쁜 얼굴인가? 내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호감이 가는 얼굴 오랫동안 여러 번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호감이 가는 얼굴이 미인이다.
머리가 좋은 자가 인생의 승자인가? 그렇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승자는 꾸준한 사람, 정직한 사람, 친구가 되고 싶은 그런 인간이 승자이다.

미국의 3대 가문을 흔히 아담스 가문, 루즈벨트 가문, 케네디 가문으로 말한다. 이 세 가문에서 소위 위인에 속하는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내가 정말 존경하는 인물은 대통령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한 여성이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 케네디, 존 케네디 대통령의 어머니이다.

로즈 케네디 여사는 아홉 명의 자녀를 낳아 키웠다. 미국인으로서는 많은 자녀를 낳았다. 그러면서 극심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어느 아들이 선거에 나간다고 하면 온 집안과 아는 사람들을 총동원하여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후원하였다. 케네디 가문을 구축한 것은 실상 로즈의 열정 때문이었다고 말해야 옳다.

로즈 케네디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다. 아홉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한 아이 한 아이를 철저한 신앙훈련을 시켰으며 한 아이도 예외 없이 독실한 신앙인으로 키웠다.

그녀에게는 비극이 계속된다. 한 아들은 비행기 사고로 죽고, 두 아들은 암살 당하고 한 딸은 정신박약자(지능이 낮은 아이)가 된다. 그러나 로즈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엄마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다하였다. 그녀의 열정과 품위, 사랑과 신앙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게 하였던 것이다.

내 친구 황광은 목사가 생각난다. 그와 함께 기독교 아동문학가 동지회인 해바라기회를 만들었던 가까운 친구,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작은 자기의 교회를 목회하면서 일요일 오후에는 한강변에서 집단 생활을 하는 넝마주이 소년들을 방문하여 여기저기서 얻어온 식품이나 옷들을 나누어주었다. 언제나 미소를 띄고 힘든 척 하지 않으며 고아들을 돌보는 천사와 같은 인물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는 것을 낙으로 여겼다. 그를 만나면 힘들었다 가도 용기가 솟았기 때문이다. 남에게 희망을 주는 자 얼마나 귀한 인물인가! 그런 사람들이 있어 이 험하고 힘든 세상도 살만하다.

용기를 내자. 좋은 사람들도 많은 세상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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