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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스님이 새로 엮은 ‘법구경: 깨침의 노래’

2021-11-18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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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스님이 새로 엮은 ‘법구경: 깨침의 노래’
법구경(法句經, Dhammapada)은 수행자의 덕목에 대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 모음이다. 부처님 사후 3백여년쯤 지나 편찬됐다고 한다. 빨리어본과 산스크리트어본이 전해진다. 한역본으로는 법구경과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등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된 법구경은 꽤 널리 알려진 것만 해도 15종쯤 된다. 법정 스님(1984년) 일아 스님(2014년)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박사(2014년) 등 번역자들 면면 또한 쟁쟁하다.

이런 가운데 번역을 넘어 운역(韻譯)한 법구경이 나왔다. 북가주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진월 스님에 의해서다. 한글날인 지난달 9일 발간된 ‘법구경: 깨침의 노래’(사티 출판사)는 기존의 법구경과 달리 운율에 맞춰 번역된 것이 특징이다. 읽는 맛도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자주 인용되는 ‘어리석은 이’(우암품 愚闇品)을 보자. 북가주의 한 불자부부가 법보시한 서무선 번역 법구경에는 “야간 파수꾼에겐 밤이 얼마나 길까! 여행에 지친 사람에겐 길이 얼마나 길까! 부처님 만나고 헤매는 사람 인생은 얼마나 길까!”로 돼 있다. 진월 스님 운역본은 시조나 율시 같다. “잠 못든 사람에게 밤이 길 듯이/ 지친 이 걷는 길은 멀기만 하듯/ 부처님 가르침을 모르는 이는/ 세상 길 살아가기 멀기만 하네.”


(파수꾼 같은 단어가 있고 없고의 차이 등은 번역대상 텍스트가 빨리어본인지 산스크리트어본인지 한역본인지 영역본인지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텍스트가 같아도 번역자에 따라 다소 다른 번역이 나올 수 있다.)

‘...깨침의 노래’를 엮는 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진월 스님은 “정형율(3-4-5조)에 맞추기 위하여 가락에 맞는 어휘선택”이었다며 “여러 가능성 가운데, 메시지와 문맥에 가장 알맞는 우리말로 정서에 따라 운역을 하자니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스님은 각 품마다 한역본과 영역본을 차례로 실은 뒤 하단에 해설과 발원을 덧붙였다.

법구경에 대해 스님은 “반세기 동안 공부하고 수행하며 전법활동을 해오면서, 읽고 되새기며 가르치던 수많은 경전과 어록들 가운데, 간결한 법구경에 주목하고 때에 따라 마음의 거울로 삼아왔다”며 “불교인들은 물론 이웃 종교인들을 포함하여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류에게 가장 널리 읽히며 삶의 지혜를 일깨우고 사랑받는 책 가운데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님이 법구경을 새로 엮게 된 계기는 의외다. 코로나사태 덕분(?)이다. “어려운 상황에 관심하고 염려하며 위로와 정신적 안정을 돕기 위하여 각자의 처소에서 안거정진의 수련방법을 권하며 명상수행과 영성적 생각거리를 제공하려고, 매일아침 법구경의 한 구절을 산승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수천 명의 누리벗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한 법공양을 시작하였는데...그 글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다듬어서 책으로 묶어내어 오프라인의 더 많은 분들에게 진리의 등불로 제공하려 합니다.”

스님은 이어 “이 진리의 말씀, 깨침의 노래가 지구촌의 사바세계에 여러 언어를 통해서 널리 퍼져나가, 그를 보고 듣는 모두가 무명과 번뇌의 고통을 벗어나고 지혜와 자비심을 갖추어, 인류는 물론 온 누리 생태계의 모든 생명들까지 공존공영을 하도록 하며, 삶의 질 향상과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축원”했다.

스님에 따르면, ‘...깨침의 노래’는 홍기삼 전 동국대총장, 이기상 우리말로학문하기 초대회장, 한글운동가 이대로 선생, UC버클리 동아시아도서관, 이스트베이 유봉희 시인 등 여러 기관과 지인들에게 기증됐다. 상당한 찬사와 호평을 들었다고 스님은 귀띔했다. 한 미국 법우는 법공양하겠다며 한꺼번에 100권을 구입했다고 한다.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진월 스님은 동국대 교수 정년퇴직 뒤 2016년 리버모어에 고성선원을 열고 수행하는 한편으로 한국 인도 태국 등지를 오가며 국제불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님은 올해 봄에는 BTN불교TV의 ‘세계일화’ 시리즈 1호로 소개됐고, 여름에는 미국국제불교협회(IBAA) 이사로 추대됐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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