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암울한 연말

2021-11-1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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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쓰나미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연말의 분위기를 먹구름으로 뒤덮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과 공급망 붕괴,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전 세계의 물가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70년대 초에 발생했던 인플레이션 2탄을 우려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연중최대의 샤핑 시즌 땡스 기빙데이로부터 시작되는 연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매해 이 시기를 기다리던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가하면, 서민들의 생활고 걱정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특수를 누려야 할 지역상권이 활짝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분야마다 연일 물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참다못한 서민들의 또 다른 경기부양책 요구까지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청원에 무려 500여 만명이 서명했으며, 모든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생활고 해결을 위해 정부는 매월 1,000-2,000달러를 지급해 달라는 청원에도 300만명 정도가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의 경우 올해 사회보장연금이 1.3% 올랐지만 물가는 5%이상 급등하면서 심각한 생활고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통상 연말 샤핑 대목의 시기는 11월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특히 LA항만의 물류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공급난이 빚어져 샤핑 시즌이 앞당겨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불어닥친 인력난과 함께 물류난이 가져온 물가상승으로 인해 한인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한인 소매업주들은 공짜선물 등 다양한 마켓팅을 통해 고개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으로는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눌렸던 보복 심리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물류대단으로 연말 성수기에 제대로 대목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주문은 밀리지만 물건을 못 받아 아우성이고, 물품이 있다 해도 운송비가 두 배 이상 올라 가격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은 쉽게 지갑을 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확산세가 곧 잡히는 가 싶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29개주서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겨울철 재확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도 1,68%의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좋은 것 보다는 모두 두렵고 암울한 소식뿐이다. 마음마저 가라앉고 어깨가 짓눌린다. 장사하는 업주, 소비자 모두 버티기 어려운 이 현실을 어떻게 이겨낼까.

심리학자 마크 시첼은 “주변의 상황이 어려울수록 자신이 감사할만한 것들을 찾아내 이에 감사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처럼 힘든 분위기에서는 우선 자신이 불안해하거나 우울감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매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현재의 불안과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바라보고 해낼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고통의 순간도 인생이라는 타임라인에서 보면 다 소중한 나의 순간들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무리 힘든 것들도 다 즐거운 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올 연말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메이플라워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온 영국의 청교도인들도 갖은 어려움 속에서 정착해 조그만 결실을 놓고도 감사의 예를 올렸다. 우리도 이 시기를 어렵지만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강인한 정신으로 잘 버텨 나가야 하지 않을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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