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에스더 효과’

2021-11-15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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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는 그의 후견자인 외삼촌 모르드개가 찾아와 “네가 왕후의 위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 라는 권면을 듣고 나서 도저히 동족의 위험을 외면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이 왕후의 자리에 있는 것이 위기에 처한 동족을 구원하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자각했기 때문이다.

이때 에스더가 비장한 결심을 가지고 왕 앞으로 나가면서 한 말이 있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말이다. 목숨을 건 에스더의 희생적 봉사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동족을 위기에서 구원했을 뿐 아니라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이것을 ‘에스더 효과(Esther Effect)’라고 한다.“(아이언사이드의 ‘에스더 강해’ 중에서)

인간의 위대함과 진정한 행복은 봉사의 삶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고귀한 인생의 외길을 걷고 있다. 이 고귀한 삶을 나 자신만을 위해 살다가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예수님처럼, 에스더처럼,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처럼, 오래된 포도원의 농부처럼 뜨거운 봉사의 삶을 살다가 주님 앞에 가야 한다.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은 탁월한 무기 거래상이었다. 노벨은 일찍이 화약 제조에 관심이 많았다. 오랜 노력 끝에 노벨은 폭발력이 강한 화약을 만들어 특허를 획득했다. 노벨은 전 유럽을 다니면서 다이너마이트를 팔아 큰 부를 축적했다.

어느 날 노벨이 여행 중 호텔에서 일어나 조간신문을 펼쳤다. 전면에 ‘부호 알프레드 노벨이 간밤에 급서하다’라고 특종기사가 실렸다. 노벨은 경악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이 그의 내면을 강타했다. 사실은 노벨의 형이 사망한 것이고, 기사는 신문사의 착오로 활자화된 것이지만 노벨은 자신의 죽음인 것처럼 인식했다.

노벨은 조용히 재산을 정리했다. 재산의 대부분을 노벨상 제정을 위해 내 놓았고, 인생의 방향을 전격적으로 바꿨다. 그 이후로 인류는 노벨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이것을 우리는 ‘노벨 효과(Nobel Effect)’라고 부른다.

COVID-19 사태 이후 현대사회는 점점 이기주의, 자기중심주의로 치닫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도시 집중화 현상은 가족제도의 사회성을 무너트렸다. 이젠 ‘공동체, 이타주의, 공감, 봉사, 친절’이란 단어가 낯설게 다가온다.

자신의 명예와 재산을 아끼지 않고 동족을 위해 희생한 에스더, 알프레드 노벨, 같은 봉사의 리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작은 한 가지 봉사라도 가볍지 보지 말라. 오병이어를 예수님께 갖다드린 어린아이의 작은 봉사가 5,000명을 먹이고도 남는 풍요한 기적을 낳았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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