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삶의 축제

2021-11-15 (월)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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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공황장애 상태이지만 선견지명이라도 있었을까. 얼마 전부터 미국의 청소녀, 청소년들의 유행어가 ‘제기랄 난 아무것도 (할) 수조차, (알) 수조차, (상상할) 수조차 없네’란 뜻으로 (I can’t even. I’m unable to even. I have lost my ability to even. I am so unable to even. Oh, my God. Oh, my God!)’이었다.

그런데 이 말이 이젠 총체적으로 파산에 직면한 온 인류의 비명에 가까운 넋두리가 될 줄이야!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빌 게이츠의 “코로나/코비드-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란 메시지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1) 사람은 (죽음 앞에서 그렇듯이) 우리 모두 이 바이러스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 (2)사람들 사이에 어떤 국경이나 경계도 있을 수 없고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3)그동안 우리가 망각해온 건강한 삶의 중요성. (인생무상) 삶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각성 인지하고, 서로 도와 삶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4) 인류사회가 물질문명에 오염되고 불필요한 사치품에 중독되어 기본적 필수품 물과 식료품 및 질병을 치료할 약품을 등한시 해왔다는 것.
(5)끊어지고 멀어졌던 가족 간의 긴밀한 유대를 회복하는 것. (6)우리의 진짜 직업이란 우리 각자가 하는 일이 아니고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보살펴 서로를 이(利)롭게 하는 것.

(7)인류가 (그 누구든) 아무리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더라도 바이러스가 한순간에 회전하는 지구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 (8)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어, 상부상조해서 상생의 길 아니면 사리사욕으로 우리 모두의 자멸의 길, 둘 중 양자택일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 (9) 이 바이러스 역병에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대응 대처할 수 있다는 것.

(10) 이 위기와 사태가 정말 종말이 될 것인지 아니면 개과천선함으로써 새로운 시원(始原)이 될 것인지는 우리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 (11) 자연과 기후를 파괴하고 오염시킴으로써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지구라는 별 자체가 심하게 병들었기 때문에 우리 또한 중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12) 해법(解法) 없는 문제란 없는 법. 그러니 패닉하지 말고 계절이 바뀌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

(13) 많은 사람들이 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큰 재앙으로 보지만 나는 이를 하나의 좋은 교정기(矯正機) 축복으로 여긴다는 것.

이상과 같은 여러 마디를 단 한마디로 내가 줄이자면 ‘우린 너 나 할 것 없이 다 하나’라는 것이고, 한두 마디로 부연하자면 우리 동양의 선인들이 일찍부터 명명백백히 단순명료하게 밝힌 ‘피아일체(彼我一體)’와 ‘물아일체’ (物我一體)’라고 할 수 있으리라.

숨 쉬는 것부터, 눈 뜨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온갖 경이로운 소리를 들어 보는 것,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 연애를 하고 실연도 당해보는 것, 결혼도 하고 또 하게 되면 이혼도 해보는 것, 이런 일도 저런 일도 다 해보는 것, 어떤 일을 도모했다가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는 것,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리지 않고 키워본다는 것, 젊어 보기도 하고 늙어보기도 한다는 것, 눈을 감고 잠을 자면서도 꿈까지 꾸어본다는 것, 그리고 살다가 죽어본다는 것, 이 모두가 다 얼마나 기적 같은 일들이고 더할 수 없는 축복인가. 이 외에 우리가 뭘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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