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가리(으악새)

2021-11-12 (금) 신동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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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으악새)
원로 가수 고복수씨의 노래 짝사랑의 첫 소절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의 으악새는 왜가리의 사투리이며 영어로는 Blue heron이다. 몸길이가 1m정도이며 하얀 두루미와 닮은 머리와 날개가 푸른 큰 새이다. 피닉스 또는 불사조는 아라비아 사막에 살면서 500년 마다 스스로 자신을 불태워 죽고 그 잿 속에서 부활한다는 전설의 새이다. 이집트 신화에는 벤누라는 새가 있어 아라비아 신화 속의 새중의 왕이라는 피닉스를 담당한다.

아침 산책로에서 만나는 왜가리는 네마리, 여덟 마리와 여섯 마리 식구의 두루미와 같은 지역에서 사이좋게 지내지만 먹이는 완전히 다르다. 왜가리는 긴 발목 깊이에서 한뼘도 더 되는 크기의 생선을 잡아 통채로 한입에 넣어 삼킨다. 그리고는 몇시간 요지부동 서서 뼈까지 다 삭힌다. 대단한 식성에 소화시키는 힘이 참으로 놀랍다. 두루미는 얕은 물가에서 송사리만한 작은 고기를 잡아 먹기에 배를 채우기 위하여 항상 바쁘다.

왜가리과의 비슷한 검은 관을 쓴 밤 헤론과 머리와 등이 진한 초록색으로 빛나는 그린 헤론도 여기에 살지만, 크기도 다르며 생선을 잡는 모양과 장소가 다르다. 물빠진 진흙 뻘에서 먹이를 찾는 저들과는 격이 다른지. 두루미와는 함께 하지만 밤 헤론과 그린 헤론과는 함께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전설상의 새의 모습으로 또 새중의 왕으로 이 새를 표현하는 이유는 부루 헤론이 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되고 인정하게 된다. 중대형 크기의 이 새가 햇빛을 받으며 서기를 품고 하늘에서 내려와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에서 새 중의 왕다운 기품과 위엄 그리고 상서로운 기운을 느끼며, 날아 오를 때 햇빛에 반사되어 짙푸르게 빛나는 넓은 날개를 펄럭이는 모습은 가이 장관이다. 매처럼 빠르게 나는 것도 아니고 갈매기들처럼 촐랑거리면서 날지도 않으며 철새들 처럼 높이 날지도 않는다. 그리 높지 않은 높이로 점잖고 여유있게 때론 두마리가 쌍으로 날기도 하지만 대개는 홀로 난다.

아침 먹이를 다 먹고 나면, 몇마리가 두루미와 함께 나무 위에 앉아 있기도 한다. 왜가리는 보기에는 고고하고 멋지게 나는 점잖은 새로 보이지만, 힘도 세고 성질도 사납다. 두루미는 항상 양보하고 밀리지만 그래도 한 식구처럼 함께 잘 살고 있다.

급하게 서두르며 무엇인가를 찾아 언제나 바쁜 인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으고 쌓아 놓기 위하여 다투고 싸울 이유가 없기에 항상 여유롭다. 몇 시간씩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는 모습에서 적막과 고요 속에서 명상을 즐기며 삶을 관조하는 멋을 느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과 한계를 밀어내고 이 하루를 열어주는, 제일 먼저 보고 싶고 마음을 나누고 싶은 새이다. 새벽 산책길에서,

<신동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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