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32가 ‘K-Town’이라고 불리는 코리아타운 거리에 세 명의 한인이 길을 가고 있을 때 뒤에서 “회장님!”하고 부르면 몇 명이 돌아볼까? 두 명이 돌아본다. 돌아보지 않은 한 명에게 “당신은 왜 돌아보지 않았습니까?”하고 물어보면 “나는 목산데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또, 10명의 한인이 모여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2개의 단체가 생긴다. 10명의 한인이 각자 단체를 하나씩 만들고, 10개의 단체가 다 합쳐서 한 개의 연합회를 만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연합회 내에 분란이 일어나 둘로 쪼개져 두 개의 연합회로 나뉜다. 그래서 모두 12개의 단체가 생긴다.
우스개 소리 같고 약간은 자조적인 이야기이지만 재미 한인사회에는 지역 한인회를 비롯하여 각종의 많은 단체와 협회들이 있다. 한인업소록을 참고하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한인회는 15개, 교회와 사찰을 비롯한 종교단체는 401개, 사회단체는 108개, 봉사단체는 58개, 문화예술체육단체는 64개, 동창회는 58개, 향우회와 종친회는 10개, 재향군인단체 10개 그리고 동호회 9개 등 총 733개의 단체 및 협회가 있다. 미주지역 최대의 코리아타운이 있는 LA지역은 종교단체가 873개, 일반 단체와 협회가 436개, 봉사기관 및 단체가 187개, 동창회 59개 등 총 1,555개의 단체 또는 협회가 있다.
재미한인 단체의 역사는 재미한인 이민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즉 재미한인사는 한인 단체들의 활동의 역사다. 1903년 1월 13일 호놀루루항에 도착한 갤릭호부터 1905년 8월 8일 몽골리아호까지, 이 여객선들은 총 7,291명의 한인 노동자들을 하와이로 실어 날랐다. 그 결과 하와이의 어느 타운에나 10명 이상의 한인들이 살게 되었고 10명 이상 한인이 모여 사는 곳이면 ‘동회’를 조직했다고 한다. 동회는 동장과 사찰을 두어 회원들의 친목 도모와 자녀들의 한글교육을 장려했다. 이 동회들이 모여 1903년 8월 7일 호놀루루에 ‘신민회’를 조직했다. 물설고 낯설은 먼 이국의 땅인 하와이에 한인들이 발을 디딘지 7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 후 2개월 뒤인 1903년 9월 23일에는 도산 안창호의 지도아래 샌프란시스코에 동포들의 환란상부를 위해 ‘친목회’가 조직되었다. 당시 미 대륙에는 25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후 일본의 한반도 침략행위가 노골화 되면서 미주 곳곳에서 한인들의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회원들의 친목과 상부상조 그리고 항일활동을 전개하였다.
지난 120년 간 재미 한인단체들은 한인들의 경제력 향상은 물론 한국의 독립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미국 내 각 대도시 중심지에 코리아타운을 건설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류’의 해외 전진기지도 바로 코리아타운이다. 또 그러한 ‘한류’ 보급과 한국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각 지역 한인회와 한인 문화예술단체들이 개최하는 한인들의 전시와 공연과 축제들이다. 이제 한인 단체는 단순히 한인들만을 위한 한인들만의 단체가 아니다. 한국과 한국문화가 세계와 소통하는 창구가 바로 코리아타운이고 그 역할을 한인 단체들이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모든 한인 사회와 코리아타운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1992년 4월 29일 LA폭동 이후 많은 코리아타운 내의 한인 단체들은, 특히 한인들의 정치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거의 30년 가까운 그 노력의 그 성과들이 미국 내 각 주요 도시에서 한인 2세들의 시, 주, 연방 의회 및 주요 정부 요직 진출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코리아타운 내의 한인 단체들의 풀뿌리 운동의 결과다. 반면 한인 단체를 둘러싼 잡음과 갈등의 소식도 적지 않다. 일본의 재일민단 단장 선거를 둘러싼 분규사태도 진행 중이며, 중국내 20여 곳의 한인단체를 아우르는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도 최근 회장선거를 놓고 내분의 위기에 빠져있고, 재미한인 단체들의 연합체인 미주총연은 이미 둘로 갈라진지 오래 됐다. 그 외에 크고 작은 단체의 갈등과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인단체들의 내부 갈등이 큰 줄기의 각 지역 한인사에서 그 지역 코리아타운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진통이고 성장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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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