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지금…미국이 사는 길

2021-11-09 (화)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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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미국의 사회기반 시설 재건을 위한 1조2,0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하였다. 상원에선 8월에 통과 되었지만, 민주당 내부 이견으로 진통을 겪다가 공화당 중도층의 도움으로 통과가 되었다.

이번에 통과된 인프라 구축 예산은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주와 주간의 고속도로 건설 결정이후 최대의 연방주도 공공사업이다. 이 예산은 낡은 도로, 항만, 비행장에 대한 시설 개량과 건설 그리고 650억 달러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산불 방지를 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이민개혁안이 포함되어 있는 1조8,500억 달러의 사회보장 예산은 아직도 의회에 발목이 잡혀 있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인 펜실베니아 스크랜턴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 예산안 통과를 독려하기 위한 연설에서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데 언제부터 우리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멈춤으로써 세계 최고의 인프라 국가에서 13위로 추락하면서 국가적 경쟁력을 급속히 잃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맥도날드 주차장에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 미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여기는 미국이다, 젠장. 우리는 뭐하고 있는 건가?”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00만명의 아이들이 매일 학교 무상급식에 의존한다. 뉴욕시에만 약 75만명의 빈곤층 학생이 있고, 이중 11만 4,000명은 거주지 없는 홈리스 학생들이다. 그래서 더 블라지오 시장은 팬데믹이 창궐하던 2020년 3월 휴교령을 내리는데 주저했다. 특히 미국의 취약계층 아이들은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없고 인터넷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국 통신산업협회의는 2017년 기준으로 700만명의 학생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1년 반 동안 온라인 수업이라도 제대로 받은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불평등의 심화와 대물림이 급속히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힘은 세계를 압도하는 군사력에서 온다고 믿는 미국은 천문학적인 예산과 감사 없는 결산의 국방비로 유명하다. 치열했던 이라크 전쟁 말고 20년간 전쟁을 했던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공식적으로 3조 달러를 쓰고도 아무런 성과 없이 철군을 했다.

그런데 인프라 재건을 위한 예산안을 놓고 국가채무가 늘어난다고 반대하여 대폭 삭감하면서 겨우 통과되었다. 한국의 강남과 강북을 잇는 한강대교는 27개다. 그리고 유일하게 일산대교만 통행료를 냈는데 그것도 경기도에서 무료를 선언했다.

그런데 섬으로 구성된 뉴욕시에서 육지로 나갈 수 있는 다리는 겨우 2개와 터널 1개 뿐이다. 그리고 그 다리와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16달러를 내야 한다. 물론 뉴욕시내 다리들을 건너는데도 5달러에서 10달러 이상을 내고도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것이 미국의 인프라다.


이제는 정말 미국을 방어할 수준의 군사비를 제외하고 모든 돈을 미국의 미래를 위한 인프라구축과 사회보장 제도 강화를 위해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을 발명하고 컴퓨터를 발명한 미국에서 인터넷과 컴퓨터가 없어서 팬데믹 기간동안 수십만의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2,000만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끼니를 굶어야 하는 현실이 지금 미국의 민낯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에 투자하고, 미국이 좋다고 와서 수 십년동안 서류 미비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미국의 품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이민자들을 우대 했을 때 더 부강했다. 미국이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 간다면 팬데믹과 함께 미국 주도의 시대가 막을 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머지 사회복지와 이민개혁안이 포함된 예산안도 꼭 통과되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을 부강하게 하는 것이고 미국이 사는 길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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