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하느님 앞에 납작 엎드려

2021-10-20 (수) 조민현/팰팍 성 미카엘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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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력위장으로 한국이 난리인 적이 있었다. 무슨 대학을 졸업도 안 했다는데 했다고 하고 어느 학교 박사도 아닌데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고 거기에다 무슨 브로커가 끼어서 학위를 받게 해주는데 이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나 마나 말이 많다. 요즘은 어떤 유력한 대통령 후보 와이프의 박사학위 논문이 유지가 된다나 안된다나 잘 이해가 안되는 말도 많다.

무슨 박사학위를 받는데 브로커를 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것이 많다. 그렇게 남의 눈을 속여서 높은 자리에 오르면 밤에 잠이 잘 오는지 모르겠다. 인생에 거짓으로 가득 차 어디서부터 사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자기도 잘 모르게 되는 것이다. 요즘 신문에 목회자를 소개하는 것을 보면 무슨 학위가 얼마나 많은 지 예수님께서 잘나고 똑똑한 사람을 부르지 않으셨다는 걸 다 잊은 모양이다.

나도 요즘 감투 하나를 썼다. 천주교 신심단체의 하나인 꾸르실리오 지도신부가 됐다. 이 자리도 나름 높은 자리의 감투인지 전에 했던 신부가 장기집권하면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장기독재가 나오고 그에 따른 온갖 불행과 고통이 따르는 것이 아닌가?


욕심, 독점, 위선과 거짓에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가 않다. 이 위선과 거짓은 내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내가 이름을 날려야지 내가 유명해지고 성공해야지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 하는 은밀한 마음의 교만에서 나온다. 루시퍼가 하느님을 등진 것이 이 교만함이고 여기에서 거짓과 위선이 나온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거짓이 비극과 고통의 열매를 낳는다.

신부생활 오래 해보니 위선과 거짓이 가장 큰 십자가이다. 매일 좋은 말만 해야 하는 입장에서 내 생활이 그렇게 안 받쳐주니 말이다. 성서를 읽고 묵상하고 좋은 책들을 읽어 훌륭한 강론을 준비하는데, 말은 번지르르 하지만 실상 자신의 생활은 그 아름답고 화려한 말을 받쳐주지를 못한다.

그래서 성직자는 멀리서 놔두고 봐야 존경심도 들지 가까이 너무 친하게 지내면 안된다. 신부는 5미터 거리에서 봐야 멋있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마시라! 그러면 인간적인 약점, 추한 점, 비리 예수님 말씀대로 회칠한 무덤안의 모든 더러움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 앞에 다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따뜻한 봄날에 하느님에게 내 속살을 다 보여줄 수 있게 내 영혼을 자신 있게 여는 것이 참 두렵다. 내 영혼 속에 썩는 냄새가 나는지 고약한 거짓과 탐욕의 냄새가 나는지 아니면 평생 고결한 성직자로 살아온 이름도 없고 볼품도 없지만 산뜻한 향기의 들풀이라도 되어 있는지 참 두렵다.

돌아가신 법정스님의 맑고 깨끗하게 무소유란 책이 있다. 나의 아버지는 천주교 신자이었으면서도 이 책을 참 좋아하셨다. 스님의 청정하고 맑고 고결한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참 좋다.

요즘 인도의 마더 테레사의 편지들이 공개돼 또 난리이다. 성녀로 추앙되는 그 분이 얼마나 내적으로 외롭고 고독했고 깜깜한 어둔 밤을 걸어가셨는지 말이다. 나는 그 편지가 잘 공개되었다고 본다. 성녀로 추앙받고 노벨상까지 받은 마더 데레사보다 가날픈 영혼으로 흔들리는 신앙에 목숨을 걸고 살아 온 작은 여인이 더 좋다.

요즘 세상에 잘난 척하는 사람치고 멍청한 사람이 없다. 자기가 뭐나 되는 것처럼 내세우는 이처럼 한심한 사람이 없다. 자꾸만 높이 올라가려는 이들만큼 바보도 없다. 그게 인생에 초짜라는 증거이다. 하느님 앞에 납작 엎드려 조심 조심 하늘 무서운 줄 알고 살아가야한다.

<조민현/팰팍 성 미카엘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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