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빈 숲속을 거닐라’

2021-10-18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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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능 숲은 주변의 홍능 과학단지에 근무하는 이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걷기운동을 하는 장소로 인기가 높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상의 긴장과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숲길을 걷는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70.3%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질병을 앓아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사람의 체온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다. 일본의 의학박사 이시하라 유미는 말했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약화되고,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5-6배로 강해진다.” 숲길을 거닐라. 호기성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하여 저체온을 방지한다.“(김외정의 ’천년 도서관 숲‘ 중에서)


빈 숲으로 들어서서 천천히 걷는 순간 스트레스가 이완된다. 혈류의 순환이 활발하게 촉진한다. 스트레스에 의해 눌렸던 교감신경이 다시 살아나면서 저산소, 저체온의 상태가 정상상태로 회복된다. 빈 숲속을 한 시간 이상 걸을 때 피톤치드(phytoncide)의 심폐기능강화 효과와 살균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숲은 미네랄을 위시한 각종 무기질 영양소의 보고다. 깊은 숲을 끼고 있는 마을 주민은 심신이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숲을 옆에 두고 있는 강은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연안 서식지가 풍족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자연히 농어업이 발달한다. 자연의 허파인 숲이 사라지면 인류, 자연, 생태계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숲의 광합성작용이 없다면 자연생태계의 유지와 인간생존은 불가능하다.

서울과 맨하탄은 공통점이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초밀집 도시다. 하지만 숲과 도시의 관계를 보면 두 도시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서울을 곁에 두고 있는 숲은 전부 산이다.

남산,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 도봉산을 보라. 서울은 좋은 숲을 가졌지만 접근성이 불편하다. 맨하탄의 센트럴 팍은 도시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고 평지라서 접근성이 좋다. 도시와 숲의 상호 협력이 쉽지 않은 서울 시민은 피로감이 더 크다.

베토벤은 비엔나 북쪽에 위치한 칼렌베르크(Kahlenberg) 빈 숲속을 매일 걸었다. 거기서 명작 ‘월광곡, 환희의 찬가’가 나왔다. 요한 스트라우스는 ‘빈 숲속의 이야기’를 작곡했다.

프란츠 슈베르트는 ‘마왕과 들장미’를 지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숲을 거닐면서 꿈의 본질을 통찰하고 ‘꿈의 해석’울 구상했다. 당신은 리더인가. 낙엽이 조용히 내리는 빈 숲속을 거닐라. 거기서 새로운 사상과 언어를 잉태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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