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새 떼를 만나다

2021-10-18 (월) 신동인/시인
크게 작게
코비드19로 말미암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억제하라 한다. 작년 삼월 교회는 출석을 하지 말고 영상으로 예배를 보라 한다. 육년여 매주 토요일 맨하탄의 팬스테이션에서 하던 거리 전도도 중단된 지 벌써 일년 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하다 보니, 새벽에 해변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일이 되어 버렸다.

작년 유월 동네에서 차로 십분 거리에 있는 해변 공원을 알게 되어 매일 새벽 그곳으로 출근하는 게 낙이 되어 버렸다. 인적이 뜸하고 긴 모래 사장의 해변을 걸으며, 미명과 여명 그리고 일출이 연출하는 색의 변화되는 기막힌 아름다움과 떼로 몰려 다니는 새들을 감상하는 맛이 색달랐다.

지난 가을에 접어들며, 우연히 남쪽으로 길게 나있는 산책로를 알게 되었다. 길이는 왕복 삼마일로 새벽 산책으로는 적당한 거리였다. 육피트 정도의 폭으로 길을 내 놓았다. 절반 정도는 잘게 썰어서 만든 나무껍질을 절반 정도의 길은 잔 자갈을 깔아 포장되어있다.


경치가 좋은 네 곳에 정자도 세워 놓았다. 문제는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이용하여 걷는 이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산책하며 사진을 찍다 보면 통상 세 시간 내지 네 시간을 거기에서 보낸다. 보통 하루에 서너 명 정도 그 길에서 만난다.

해변에 길게 갈대밭이 펼쳐져 있어, 새들에겐 더 없는 천국이다. 그래서 그런지 희귀한 새들이 산다. 갈매기와 여러 종류의 오리들은 토박이 주인 행세를 한다, 숫적으로 압도하며 항상 시끄럽다.

검고 긴 목을 가진 아닝거도 숫적으로 만만치 않다. 물살을 치며 물 위를 나는 멋을 보여준다. 여지껏 찾은 새매의 둥지가 아홉 군데, 생선을 잡고 나르는 모습을 매일 아침 보여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새들은 두루미이다. 학이라 백로라 하는 하얀 두루미, 천상에서 서기를 품고 내려온 블루 헤론 그리고 검은 관을 쓴 밤두루미와 그린 헤론. 근래에 스터링의 떼가 이동하는 장관을 보는 기회를 얻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난다. 족히 몇 만 마리의 떼가 잠시 갈대밭에 운집하여 요기를 하고는 길을 나선다. 하늘을 덮는 떼가 사 오분 난다.

어떻게 저 많은 새가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일몰을 보면서 산책로를 걸으며 비밀을 찾았다. 새벽에 남쪽으로 날던 새들이 일몰에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넓은 해변에 깔린 갈대밭이 저들의 먹이를 해결해 주는 것이리라. 그럼 겨울에는 어찌할 것인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다른 새들은 바다에서 먹을 것을 해결하지만.

그것을 보기 위하여 매일 새벽 미명에 집을 나선다. 베이글집에 들러, 밤새 구워 막 식혀낸 펌퍼너클 베이글과 헤이즐넛 커피를 사서 아직 짙은 보랏빛 하늘의 어두운 바닷가 주차장에서 아침을 한다.

어둠 속을 걷기 시작하여 가다가 두 번째 정자에서 아침 일출의 장관을 본다. 새떼를 만날 수 있는 삼번 정자와 사번 정자가 있는 데까지는 삼십분 정도. 십여 분을 더 걸으면, 녹색 해조가 깔려있는 조그만 호수를 만난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오리가 사는 곳이다.

낮게 깔린 새벽 안개가 걷히며, 일출의 장관이 펼쳐진다. 숨이 막힌다. 많은 이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꿈과 소망을 되찾고 힘과 용기를 내 이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신동인/시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