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바늘귀

2021-10-12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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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을 방문하였을 때 ‘예수 탄생교회’라는 곳에 안내자가 인도하였다. 예수가 탄생한 짐승의 외양간 자리에 세워진 교회라고 한다. 예수가 탄생한 바로 그 장소라는 방에 들어가려면 바늘귀라고 불리는 문을 통과하여야만 한다. 문이 얼마나 작은지 허리를 굽히고만 들어갈 수 있다.

예수는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마태복음 20:24)고 하였다. 예수 탄생의 자리로 들어가는 입구를 아주 작게, 사람도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든 이유는 욕심의 짐을 진 채로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다.

아이오와 주의 한 교회가 건축위원회를 열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교육관을 신축하는 문제였다. 대다수가 반대하였다. 현재의 교회 경제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위원장인 그랜드 싸드 씨는 실망하고 교회를 나오는 중에 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는 한 늙은 여자를 보았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으며 꽃을 팔고 있다. 번즈 씨가 꽃 한 다발을 사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무엇이 그렇게 즐거워서 웃고 계십니까? ”할머니가 즐거운 낯으로 대답하였다. “예수님이 죽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났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힘이 들면 사흘만 더 참자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시 기운이 나요.” 침울하였던 번즈 씨는 다시 기운을 냈다.

그리고 위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로 설득하여 훌륭한 교육관을 완공하였다고 한다. 재기의 용기와 믿음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 기차가 터널 속에 들어서면 캄캄해진다. 그러나 조용히 기다리면 곧 밝아진다. 힘들면 잠깐 터널 속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살다 보면 가끔 힘든 고비를 만난다. 그럴 때마다 포기하면 될 일이 없다. 언덕을 올라갈 때는 힘이 든다. 그러나 모든 언덕은 올라가면 내려가는 즐거운 코스가 있다. 추석 때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소에 간 일이 있다.

도중에 언덕길이 있는데 내가 까부느라고 빨리 달리다가 쓰러져 다리와 팔에 상처를 입었다. 아버지는 두루마기를 찢어 상처를 싸매 주시며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 쉽다고 생각할 때가 위험할 때다”하고 말씀하신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였다. 힘든 때가 어려운 때가 아니라 쉽게 보일 때가 중요한 인생의 고비이다.

내가 가장 감동을 받은 책은 일본의 성자라고 불리는 가가와 도요히꼬 (賀川豊彦)의 자서전 ‘사선(死線)을 넘어’이다. 너무 가난해서 죽을 것 같고 너무 병이 많아 죽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모든 죽음의 고비를 뚫고 그는 계속하여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을 돕는다.

일본이 항복하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일본 행정관으로 상륙하기 전에 일본인 대표로 가가와 씨와의 면담을 요구한 것도 그를 최고로 존경하는 일본인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맥아더 장군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본을 다스려야 하겠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그는 “일본이 죄를 지었으나 일본인도 하나님의 자녀이니 그들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리십시오”하고 대답하여 맥아더 장군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필자는 어려서 폐결핵으로 거의 사형선고를 받았다. 의사가 서울에서는 당신이 죽을 것이니 마지막으로 마산 요양원에 가보라고 거의 사형선고를 내렸으나 나는 기왕 죽는다면 공부나 더 하다가 죽자고 결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에 열중하였다. 그리고 병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살아있다. 투병 곧 병과도 싸워야 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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