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미한인이민사에서 중요한 숫자

2021-10-08 (금) 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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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재미한인에 관한 최초의 학술적인 연구 논문이 발표된 것은 1967년이다. 그 후부터 2010년까지 44년간 발표된 재미한인과 관련된 총 논문 수는, 퀸즈대 민병갑 교수에 의하면 499건으로 집계 되었다. 재미한인들의 이민 역사와 사회 현황을 파악하는데 이 논문들의 내용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재미한인들에 대한 전체적인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논문 제목을 분석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연구논문들의 제목에 인용된 숫자들을 통해서 학자들이 재미한인들의 어떤 면에 관심을 가져왔는지를 알 수 있으며 역으로 그러한 학자들의 관심사를 통해 재미한인 이민사에서 어떠한 사건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499편의 학술논문 제목을 분석한 결과 5회 이상 사용된 의미 있는 숫자들은 모두 4개였다. 먼저 1903이란 숫자가 11회 사용되었고, 1945란 숫자와 1965란 숫자는 각 7회씩, 1.5란 숫자는 5회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903, 1945, 1965라는 숫자는 년도를 나타내는 것이고 1.5라는 숫자는 1세와 2세의 중간을 가리키는 세대를 의미한다.


1903년은 하와이 사탕수수밭 농장에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음 도착한 해인데, 일반적으로 재미한인 이민사에서 이 해를 재미한인 이민사의 기원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갤릭호를 타고 지금의 인천인 제물포항을 떠나 하와이 호놀루루항에 도착한 날은 1903년 1월 13일이었따. 재미한인사회는 이 날을 기념하여 매년 1월 13일을 ‘한인 이민의 날’로 제정하여 기리고 있다. 주로 역사학 분야에서 한인 이민역사를 연구하면서 1903년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

1945년은 조선이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 년도를 나타낸다. 학자들이 해외독립운동의 중심지이면서 많은 독립 운동가들을 배출한 미국 지역의 한인역사를 연구하면서 1945년이란 숫자를 많이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1965년은 미국의 개정이민법이 통과되어 1924년 이후 금지되었던 동양인의 미국 이민이 재개된 해이다. 이 개정이민법에 따라 한국인들도 다시 미국 이민이 허용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미국의 각 대도시 지역에 코리아타운이 형성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개정된 이민법이 재미한인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가 학자들의 주요한 관심자 중의 하나여서 학술논문에 1965란 숫자가 많이 사용되었다.

1.5라는 숫자는 한인 1.5세대를 가리키는 숫자이다. 1.5세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인 12세 이전에 미국으로 이민 온 자녀들을 일컫는 용어다. 이들 1.5세 한인들은 학자들에 의해 중요한 학술 연구의 주제와 대상이 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재미한인 연구논문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숫자들을 통해, 재미한인 이민사의 중요한 고비의 시기들을 알 수 있으며, 가장 중요시 되고 있는 한인 세대가 1.5세란 것을 알 수 있다. 한인 1.5세들은 한국과 미국, 한인사회와 미국 주류사회의 교량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미국 내 학자들이 한인 1.5세대들에 대해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03, 1945, 1965 그리고 1.5는 재미한인 이민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숫자들이고 재미한인사회가 기억해야 할 숫자들이다.

<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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