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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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힘’

2021-10-04 (월)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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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으면 저항이 사라진다. 스토리가 있으면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도 그 음식점에 가고 싶어지고, 냄새를 맡아보지 않아도 그 향수가 사고 싶어진다. 스토리는 사람들이 제품과 사랑에 빠지고,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고, 행동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게 한다. 스토리는 특정 상황에 처한 특정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청자(聽者)는 그 서사 안에 자신의 경험을 넣으면서 메시지와 청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연구자들은 스토리 속에 빠져드는 이러한 경험을 내러티브 ‘이동효과(narrative transportation)’라고 부른다.” (칸드라 홀의 ‘스토리의 예술’ 중에서)

세찬 시련을 딛고 일어선 사람의 스토리 안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신비한 힘이 있다. 감동적인 스토리는 옥시토신과 도파민을 방출시켜 뇌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좋은 스토리는 뇌 세포를 활성화하고 사람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스토리의 위력을 나타내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melting pot”의 나라이지만 건국과 관련된 청교도 신앙의 감동 이야기로 온 국민이 굳게 결속되어 있다. 청교도의 신앙 이야기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이야기가 북아메리카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가자 미국은 일등 선진국으로 국격(國格)이 상승되었다.
스토리는 모든 것을 바꾼다. 개인의 의식은 물론 무의식까지 바꾼다.


사회, 국가의 운명도 바꾼다. 세계 문명사에서 크게 도약한 민족마다 생생한 건국 신화가 없는 민족은 없다.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이야기를 보라. 하나님의 은혜로 홍해 바다를 육지처럼 건너 가나안 땅으로 입성했다는 장엄한 건국 신화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잊을 수 없는 집단기억으로 남아있다.

청교도의 신앙이 위대한 것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절반이상의 희생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매 주일마다 인디언들을 초청하여 감사의 예배를 드리며 개척자의 길을 의연하게 헤쳐 나갔다는 점 때문이다.

이야기와 신화를 멀리한 현대인은 가슴이 메말라 있다. 누가 리더인가. 모든 사람이 감동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리더이다. 40년의 긴 시내 광야 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들어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말씀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년 동안에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너는 조심하여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신 여호와를 잊지 말라. 꼭 마음에 새기라.”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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