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화‘오징어 게임’

2021-10-01 (금)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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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신문에서 하도 떠들어대기에 나도 보았다.
‘오징어 게임(Squid Game)’’은 사람을 죽이는 혹은 죽게 하는 게임이다. 총으로 죽이는 것은 그래도 점잖다. 칼로 찔러서 죽이는 장면은 잔인하다. 이 게임에 참석한 숫자는 456명이다. 한 명당 1억 원이 배당된다. 6번 게임을 통해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456억 원의 돈을 가져가는 게임이다.

첫 번째 “무궁화는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거의 절반 가까이 총에 맞아 죽는다. 참가자들이 이런 게임은 너무 절망적이라면서, 투표로서 게임을 중단한다. 사회에 나와 보니, 빚에 쪼들리고, 돈을 벌 수 있는 희망은 전연 없는 절망이다.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다시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네 번째 구슬치기 게임이 제일 마음을 쓰라리게 하는 게임이다. 주인공 성기훈이는 늙어빠진 오일남이라는 노인을 보호해왔다. 아무 누구도 이 노인하고 짝을 이루기를 싫어한다. 그런데 성기훈이는 자진해서 이 노인을 자기 짝으로 삼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둘이는 구슬치기 게임을 해서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하는, 상대방을 죽게 하는 처절한 게임이었다. 한 사람은 손에 구슬을 쥔다. 상대방이 짝수냐 홀수냐를 알아 맞춰서 이기고 지는 게임이다. 게임에서 노인이 이기고 있다. 성기훈이가 지면 안 되는데! 성기훈이가 이겨야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성기훈이가 질까봐 겁이 났다.


이때 노인이 묻는다 “내 손에 든 구슬이 짝수인가 홀수인가?” 성기훈이는 홀수라고 대답한다. 노인이 손을 열어 보여주니 짝수다. 이때 노인은 성기운이에게, “아까 뭐라고 대답했지?” 하고 묻는다. 이때 성기훈이는 “짝수라고 했어요.”하고 거짓말을 한다. 노인은, “그러면 젊은이, 자네가 이겼네!” 그리고 구슬을 성기훈에게 준다. 노인은 일부러 져준다. 그리고 총에 맞아 죽는다.

민주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사람들의 삶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 밥이다. 돈이 생명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마지막에, 노인 오일남이는 죽지 않았다.

노인은 말한다. 돈이 아주 많은 부자나 아주 가난한 사람에게는,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사실 부자에게 돈을 더 버는 것은 ‘재미’가 되지 못한다. 아주 가난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돈을 벌 희망이 전연 없기에 ‘사는 게 또한 재미가 없다.’ 돈 많은 부자가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중요한 것이다. 그 희망 때문에 게임에 참여한다. 그리고 죽는다.

현실적으로는, 큰 부자들은 사회에 많은 기증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인은 사디스틱(sadistic)하다. 사람을 ‘죽이고 죽게 하는 게임’에서 재미를 보는 병적인 인간이다. 어찌 보면 모든 인간에게, 살인하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이런 잠재된 살인욕망을 대신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사람들은 이런 살인마적인 영화를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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