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침투, 역선교

2021-09-29 (수) 이태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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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과 함께 질풍과 노도처럼 한반도에 밀어닥친 미-소 냉전의 광풍 속에 휩싸인 가운데 서양풍 사대주의 사조에 맞서 역풍을 일으킨 인물 두 사람을 들라면 북한의 김일성과 남한의 문선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자는 ‘주체사상’을 주창했고, 후자는 분쟁과 파쟁을 일삼는 세상의 모든 종교를 통일하는 ‘통일교(統一敎)’를 창시했으니까.

30여 년 전 영국의 TV에서 영국의 젊은이들이 통일교에 포섭 세뇌되어 이용 착취당하고 있다는 프로가 방영된 후 영국의 신문마다 ‘Moonie’라는 통일교가 반사회적이니, 가정을 파괴한다느니 야단이었다. 이 와중에 통일교 신자가 된 손자를 둔 한 영국 할아버지가 보낸 편지가 영국 신문 가디언 (The Guardian)에 실렸었다.


“내 손자는 현재 21세로 3년 전 통일교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의 규칙대로 술, 담배, 마약, 문란한 섹스 성생활을 기피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규율이 반사회적이란 말입니까. 그 아이 부모 말로는 이웃들도 자식들이 술집이다 디스코다 싸돌아다니면서 마약 밀매꾼들의 밥이 되는 대신 차라리 통일교도들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답니다. 내 손자는 6주마다 집에 오면 행복하고 화평한 얼굴로 집안 궂은일 다 맡아 하고, 옛날에는 긴 머리 장발에다 막 살던 아이인데 지금은 복장과 외모부터가 아주 참하고 생기 있는 딴사람이 되었답니다. 대화를 해 봐도 그가 세뇌됐다는 아무런 낌새를 찾아볼 수 없고, 그가 믿게 된 통일교의 교리가 기독교의 기존 정통파 교리와 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통일교가 가정을 파괴한다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당시 18세에 어려서부터 주일학교와 교회를 다닌 끝에 세례 받고 침례교 신자가 되었을 때 나야말로 세뇌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 및 호주와 뉴질랜드 원주민들의 고유한 정신문화는 백인들의 독선독단적인 종교적 과학적 물질문명의 세속적 침공을 받아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이러한 침공에 대응, 처음으로 역침투, 역선교의 역공(逆攻)을 개시한 것 같다고 미시간대 말리 마즈루이 교수는 관찰한다.

<이태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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