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률칼럼/ 교도소 단상

2021-09-29 (수)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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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이스트 강에 있는 라이커스 섬(Rikers Island)은 섬 전체가 교도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는 주로 기소자 중 보석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과 1년 이하의 가벼운 형을 받은 사람들이 수감되어있다. 1932년 건립될 당시에는 세계최대 교정시설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최근에는 시설 노후화로 인한 열악한 환경과 교도관의 재소자 폭행, 재소자끼리의 유혈 난투극 등으로 올 들어서만도 10명의 수감자가 사망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지난 9월 4일에는 이곳에 수감 중인 세 명의 남성이 다른 재소자 한 명을 잔인하게 폭행하는 장면과 감방 안에서 대여섯 명의 재소자들이 음악을 켠 채 담배를 피우며 파티를 하는 모습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올라와 또 구설수에 휘말렸다.

빌 드블라지오(Bill DeBlasio) 뉴욕시장은 이처럼 재소자들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근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교도관 부족에 기인한다고 보고, 앞으로는 하루 이상 병가를 쓰는 교도관에게 의사 소견서를 제출할 것과 당분간 부족 인력을 뉴욕시 경찰관으로 보강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 7월 한 달간 8,400명의 교도관 중 약 1/3인 2,300명 정도가 병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뉴욕시의 조치에 부응하여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주지사도 9월 17일 라이커스 재소자 중 통금시간과 음주금지 위반 등 가벼운 가석방 조건을 어겨 재수감됐던 191명을 즉각 석방하고, 약 200명은 뉴욕주의 다른 교도소로 이송을 명령했다.

교도소 사건이라고 하면 미국 건국 후 최악의 폭동사건으로 평가되는 아티카(Attica) 사건을 빼놓을 수 없는데 올해는 때마침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71년 9월 9일, 뉴욕주 버펄로와 로체스터 사이에 위치한 아티카 교도소에서 일어난 이 폭동으로 교도관 11명을 포함한 43명이 군인의 총에 맞아 죽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아티카 교도소 1200여 명의 죄수들은 ‘일주일에 한 번 샤워하게 해달라’, ‘한 달에 한 통씩밖에 지급되지 않는 화장실 휴지의 배급을 늘려달라’는 등의, 지금으로 봐선 너무나 당연한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교도관 20명을 인질로 잡고 교도소를 점거했다. 그러나 당시 주지사였던 넬슨 라커펠러(Nelson Rockefeller)는 수감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군대를 동원, 무자비하게 진압을 감행했던 것이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비록 죄수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권은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세상이 되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특히 201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넬슨 만델라 규칙’에 수감자의 처우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였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국가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이 규칙은 반정부 운동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27년간 복역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1918~2013)’의 사망 2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채택한 결의안이다.

‘처벌과 교화’가 교도소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디다 더 비중을 두어야 할지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처벌에 중점을 두면 아티카 폭동사건처럼 수감자들의 처우가 문제될 위험이 있고, 반대로 교화에 중점을 두어 편의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조이스 스미스(Joyce Smith) 뉴욕주 낫소카운티 검사장대행이 “사람을 구금하는 것만이 범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비폭력 경범죄자들에 대해서는 불기소하겠다”고 검찰의 방침을 밝힌 것처럼 상식적 범위내에서 최대한 재소자 수를 줄여나가는 것도 교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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