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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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녀들에게 띄우는 9월의 편지

2021-09-27 (월) 김영란/ 선교사·두리하나USA 뉴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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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우리가 모임을 가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는 또 그대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구나. 그때 9월 첫 주에 모임을 가졌을 때 뉴욕 근교에서 살고 있는 형제자매들은 거의 다 모여 서로가 오랜만에 만나 얼마나 반가워서 얼싸안고 울고 웃고 하는지 나는 그 날 일을 생각하면 나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구나.

그대들이 제일 어렵고 지쳐 있을 때 이 귀한 모임을 주선해 주신 나의 믿음의 친구들(김 권사, 서 권사, 박 권사)이 아니었다면 나의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 바비큐 하면서 김 권사님 댁 정원에서 우리가 마음껏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며 하루 종일 영육 간에 쉼을 할 수 있었을까! 그곳에서 자매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질금질금 닦기에 왜 우냐고 물었더니 이 뜰의 국화 향과 맨드라미, 봉선화가 조화를 이뤄 피어나는 것을 보니 고향에서도 이 꽃들이 피어나고 가족들이 생각나서 라고 했었지.

첫째는 하나님께서 이 세 권사님들에게 마음 문을 여는 은총을 주셨고, 둘째는 그대들이 괴롭거나 슬프거나 가장 어려울 때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 드린 것뿐만 아니라, 아주 말할 수 없이 힘들었을 때도 좌절하지 않고 신앙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그대들의 성실함이 이렇게 풍성한 아름다운 모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나는 그대들에게 고맙고 감사할 뿐이지…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대들이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 나도 그대들도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 엎드려 눈물로 며칠을 기도만 드렸지… 그때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살아갈 안식처도, 일할 수 있는 수입처도, 주일마다 예배할 수 있는 교회도 다 준비해 주셨지. 지금 그대들은 조금 어렵다 하더라도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기뻐할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

이 어려운 팬데믹에도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않고 먹고 입는 것 부족함 없이 공급해 주시는 우리 주님의 손길을 생각하며, 나는 지금 모두가 다 잠든 고요한 이 시간 못다한 말을 하고싶어서 펜을 들었지…

지금 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아무 희망도 기쁨도 안개 속처럼 희미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TV 앞에 앉아서 몇 시간씩, 게임 하느라고 몇 시간씩, 술 친구 만나 세상 원망하느라고 몇 시간씩,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컴퓨터와 스마트폰 가지고 밤새 씨름하다가 헛 시간을 보내고….

그래도 시간은 어김없이 우리 곁을 “똑딱똑딱” 한 치의 변함도 없이 빨리도 지나가는데 어느새 우리들의 나이는 20, 30, 40, 50, 60, 70세가 되어 뒤안길을 돌아보니 건질 수 없는 아까운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갔지. 아직까지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자부하지 말고 어느 땐가는 아침이 돼도 일어나지 못하고 밤이 찾아와도 아무 감각 없이 영원한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날 저 영원한 세계에서 우리의 지난 날 삶의 대가를 어떻게 상과 벌이 임할는지…“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 (잠언 8장 17절)
피난처 있으니(찬송 79장)/ 1절. 피난처 있으니 환난을 당한 자 이리 오라/ 땅들이 변하고 물결이 일어나 산 위에 넘치되 두렵잖네,....4절. 높으신 여호와 우리를 구하니 할렐루야/ 괴롬이 심하고 환난이 극하나 피난처 있으니 여호와여.

<김영란/ 선교사·두리하나USA 뉴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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