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삶의 가치

2021-09-02 (목)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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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에서 원하는 서류, 분명 등록했는데 안했다며 페날티 부과한 편지를 받고 서류를 찾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여기저기 쌓아둔 서류 찾는 중간에 적어둔 메모며 한쪽에 모아둔 편지며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작은 것이지만 찾는 서류로 인해 모든 일의 중심을 잃게 만든다.

인터넷으로 처리했던 기억이 나서 1년도 더 지난 이멜을 더듬으며 혼자 웃었다. 막연하게 서류더미를 뒤적일 때의 답답함이 생각나서다. 아무리 마음 크게 쓰고 여유 갖고 살아 간다지만 작은 일에 이렇게 앞뒤가 꽉 막힌다는 것 깨달았다.

이것뿐이겠는가. 엉뚱한 얘기나, 전혀 상관없는 일에 대한 오해나, 화합에 반하는 인간관계 등 삶의 가치와 전혀 별개의 일들이 진심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길을 멈추게 한다. 요즈음 대선후보에 대한 여러 얘기로 시간을 낭비한다.


알고 있다. 내 인생에 별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 그러면서 삶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자신에게 되묻는다. 정확한 답 없다는 것 알지만, 그러한 시간 갖는 것 나에겐 쉼이 된다. 나를 돌아보듯 누군가 제삼자의 삶과 인생에도 지극한 맘으로 대할 수 있게 됨을 나는 느낀다.

탈레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함락되어, 한국정부가 한국대사관과 KOICA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 구출한 ‘미라클 작전’을 보면서 우리의 조국인 한국의 품격과 자랑스러움에 가슴벅찬 감동이었다.

허허롭게 지나치는 시간을 내가 어찌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찬찬히 바라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감동을, 충만감을 또는 안타까움 느끼며, 그것마저도 나의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순간순간의 살핌이 알아차림이 나를 깨어있게 한다. 모든 것에서 스스로 삶의 방향을 비춰보고 찾을 수 있다면, 행여나 헛디딘 발걸음 되돌릴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조국의 시간 ‘책을 읽으며 문득 느꼈다.

지옥중생제도 위해 성불도 미룬 채 지옥에 계시는 지장보살님. 스스로 기꺼이 사명감 가지고 험한 길 갈 수 있는 이는 성인이다. 천당도 억지로 밀려가면 고통이다. 지옥일지언정 그들 스스로 알지 못하는 그들의 어리석은 업장을 감해주고 녹여주기 위한 것 알고 검찰개혁의 길에 들어선 조국은 가치있는 삶 살고 있는 진정한 보살임을 확신한다.

“아드님 십자가 못 박힌 모습에 괴로워하신 성모님 그 마음, 체험하며 주님의 은총과 자비 기도하며 견디고 있다. 가족 희생 따르더라도 검찰개혁 포기하지 말라. 법학자로서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사명이다”라는 조국 어머님이 신부님께 드린 편지의 발췌한 부분.

그 분의 절절한 기도와 깊어진 속내가 전해와 슬픔이 가슴을 메우지만 인간사의 밝은 빛이 마음 든든한 힘을 솟게 만든다.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오롯하게 알려주신 노모의 사랑은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넓고 깊은 인간애와 인류의 근본 권리를 얘기하시는 큰어른의 모습이어서 감동과 존경심을 넘어 거룩함으로 다가온다.

‘고통의 긴 터널 언제쯤 빠져 나올지 모르지만, 여러분 기도의 힘으로 밝은 날 돌아오리라 믿습니다’라는 속깊은 기도의 절규! 세상을 정화시키는 큰 울림의 소리다.

*편지전문* <신부님! 아드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괴로워하시던 성모님의 마음… 지금 제가 2년 넘도록 그 마음을 체험하며 주님의 은총과 자비를 기도드리며 견디고 있습니다. 저는 어미로서, 가족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검찰개혁을 포기하지 말라고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고통의 긴 터널을 언제쯤 빠져 나올지 모르지만 이 시대의 법학자로서 민주주의를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깨어 있는 교우들과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의 기도의 힘으로 언젠가는 밝은 날이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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