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코로나 디바이드

2021-09-0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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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전 세계에서는 8억명이 넘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학생의 절반이 넘는 숫자이다. 31개 국가의 학교가 아예 문을 닫았고, 48개 국가에서는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의 대면 교육만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학생들에게서도 학업 성취도의 ‘중위권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조사 결과 상위권과 하위권은 늘고 중간이 줄어드는 학력 양극화, 학력 저하 현상이 매우 심각한 현실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동안, 학력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문이 닫히면서 원격을 포함, 하이브리드 수업을 전면 도입했지만 학습 결손과 학력 격차는 막아내지 못했다. 미국의 대부분 학교에서 하이브리드 학습을 실행하고는 있지만, 말만 그럴듯하지 현실은 비대면 교육의 장기화로 학력 양극화만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학습 수요는 급증했다. 하지만 온라인 인프라와 교사들의 활동 능력 부족이 문제라고 한다. 학교측이 자기 주도적 학습 철학을 강조하고 학생들이 '사전 예비적 리더(pro active leader)'로서 성장하도록 독려해 코로나를 이겨낸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집에서 원격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쉽지 않다.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팬데믹 속에서 가르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 점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강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습 동기를 부여할 만한 특별한 방안을 갖고 있을까.

AL시대 학교는 단지 정보만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저소득층을 강타했고, 이로 인해 계층간 가구 소득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되었다. 팬데믹 전에도 경제는 이미 그런 상태로 확대되고 있었다.

가진 사람들은 이른바 보복 소비로 고급제품을 더 구입하고, 월마트나 아마존은 코로나 이전보다 온라인 장사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학교나 경제나 중간층은 몰락하고 극빈층은 늘어만 가는 미국사회의 양극화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제 침체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궁금하기만 하다.

코로나19가 만든 사회 불평등을 놓고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격차)’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모 세대의 소득격차가 점점 확대되는 만큼, 아이들의 교육격차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OECD가 발표한 ‘학습 손실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라는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야기된 장기간의 교육 공백은 21세기가 끝나는 향후 8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교육시스템의 붕괴가 세계 주요 국가에서 약 1.5%의 장기적인 GDP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했다. 교육양극화가 사회 성취도 저하를 가져오고 졸업생들의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학습력 양극화를 완화시킬 해결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코로나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지쳐가는 분위기다.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금, 아이들에게 명문대 입학만 주입시킬 일인가.

교육전문가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아이들이 학습 동기와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육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 아니라,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는 의미의 ‘십년수목, 백년수인’의 정신으로 해야 할 일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기 때문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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