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열정

2021-08-31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신학교에서 나에게 목회학(牧會學)을 교수하신 분은 이환신 교수였다. 그는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가 아니라 상담(Coun selling)”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아는 가톨릭 교회 한 신부님은 “내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개인 상담이며 설교가 아니다”고 말하였다.

설교는 집단적 전달인데 비하여 상담은 개인 지도이다. 그래서 나는 낮에는 직장 심방을 하여 잠깐이라도 개인 상담을 하고 저녁에는 가정 심방을 하여 상담을 하였다. 그래서 교인들은 나를 ‘심방목사’라고 불렀다. ‘열정’이 목회의 성공 비결이다.

내가 하트포드에서 목회를 할 때 한 독신청년이 있어 심방을 갔다. 아파트 문이 조금 열려있고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려 나온다. 방안을 들여다보니 그 청년이 땀을 흘리며 팔을 흔들면서 지휘를 하고 있다.


얼른 듣기에 베토벤의 교향곡 같은데 그의 앞에는 보면대까지 있고 두꺼운 악보책이 놓여있다. 내가 온 것도 그는 알지 못한다. 그는 지금 교향약단 지휘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 후 그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무엇엔가에 성공하였을 것이다. 정열이 있는 사람이다.

미국 대불황기에 뉴욕에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사람의 이름은 제시 제임스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헨리 레이먼드이다. 제임스는 무척 열정적인 사람이고 레이먼드는 글 쓰기를 좋아하였다. 둘 다 무직자이다.

제임스가 말하였다. “나는´무슨 일이나 열심히 할 자신이 있고 자네는 글 재주가 있으니 우리 둘이서 신문을 발행해 보면 어떠하겠는가?” 그들은 빚을 내어 작은 인쇄시설을 하고 ‘뉴욕타임스 ’란 이름으로 신문 발행을 시작하였다. 기사도 제작도 판매도 모두 두 사람이 맡았다. 이 신문이 세계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이 될 것을 주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열정의 산물이었다.

역시 미국 대공황기에 부모를 빨리 잃은 한 청년이 농가의 머슴살이를 하였다. 잠자리는 농기구를 두고 농작물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이 청년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자기가 자는 창고에 쥐들이 나온다. 무척 귀여워 종이에 쥐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하였다.

이 젊은이의 이름이 월트 디즈니이며 그는 대 만화가가 되고 디즈니랜드를 미국과 일본에까지 건설한 대부호가 되었다. 역시 그림에 대한 열정이 그를 성공시킨 것이다.
말레이지아 속담에 “보물은 진흙 속에서도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열정이란 보물이 있으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은 희망이 있다. 일본이 조선을 통치하고 있을 때 사범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수업 준비를 위하여 나를 지도하던 선생님이 “성공은 두뇌가 아니라 열심으로 이룩된다”고 말씀하신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목사는 “어떤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까요?”하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내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밥 잘 먹고 속 편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을 택하셔요”하고 대답한다. 건강하고 마음이 평화롭고 정열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흔히 보는 것은 용모, 가정배경, 직업이나 재산인데 그런 결과가 이혼의 급증이라는 쓴 맛을 보는 것이다. 현재 무슨 일을 하든 일에 대한 열정을 보는 것이 순서이다.

나는 미국에 이민 와서(1972년) 한국인이 전혀 없는 농촌에 살았기 때문에 교회를 개척할 수도 없어 우범소년(범죄 직전의 위험한 소년들) 교육원에서 일하였는데 원장은 아주 농담을 잘 하는 사람으로 나에게 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면서 ‘청소학 박사’ 학위를 준 일이 있어 모두를 웃겼다.

수용된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지 않고 지도자들이 장소를 나누어 청소를 하였는데 나는 화장실 두 개를 맡아 청소를 하였기 때문이다. 청소도 열정을 다 쏟아 하였기 때문에 받은 학위였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